[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글로벌 AI 시장이 전례 없는 지각변동을 맞이했다. 중국의 AI 기업들이 파격적인 가격과 혁신적인 기술로 미국의 AI 패권을 뒤흔들고 있다. '토큰 당 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등장한 딥시크(DeepSeek)와 이에 맞선 지난 3일 오픈AI의 '딥리서치(Deep Research)' 출시로 촉발된 AI 기술 전쟁은 이제 미중 기술 패권의 향방을 가를 새로운 분수령이 되고 있다.

이에 AI 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중국 기업들의 도전과 그 이면에 숨겨진 화웨이의 승리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 GPT-4를 18분의 1 비용으로 격파...중국 '가성비 AI'의 충격적 실체

중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딥시크는 실리콘밸리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딥시크가 세계적 관심을 끈 계기는 딥시크 R1이다. 오픈AI의 o1처럼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사고 사슬(CoT, Chain of Thought) 기법을 활용한다. 무료로 쓸 수 있는 데다 성능도 o1 못지않다.

또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금융, 헬스케어,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과 예측이 정확하며, 복잡한 패턴을 인식해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돕는다. 딥시크R1은 오픈AI GPT-4 및 앤스로픽 (Anthropic)의 Claude-3.5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며, 수학, 코딩, 복잡한 추론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화웨이 클라우드 상에서 구동되는 딥시크의 AI 모델은 개발자들이 '원클릭'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간편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미지=픽사베이
화웨이 클라우드 상에서 구동되는 딥시크의 AI 모델은 개발자들이 '원클릭'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간편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미지=픽사베이

더 놀라운 점은 딥시크가 공개한 수치다. 딥시크R1 개발 비용 557만 달러(약 80억원), GPT-4 개발 비용의 18분의 1에 불과한 이 모델이 22개의 벤치마크 중 13개 분야에서 GPT-4를 앞선 것이다. 여기에 딥시크R1의 운영 비용이 오픈AI의 모델에 비해 90~95% 저렴하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령 입력 토큰 100만 개당 비용이 0.55달러(약 800원)로 책정되어 있다. 이는 경쟁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AI 시장의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MIT 출신의 메타(옛 페이스북) AI 과학자 얀 르쿤은 "오픈소스가 폐쇄형을 압도한 역사적 사례"라며 딥시크의 성과를 극찬했다. 실제로 딥시크는 공개 15일 만에 일일 활성 사용자(DAU) 259만 명을 기록하며 챗GPT의 2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MIT 라이선스 기반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시장 확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딥시크와 딥리서치의 비교 
딥시크와 딥리서치의 비교 

◆"정확도 3배 높였다"...오픈AI의 반격 카드 '딥리서치', 과연 승산 있나

위기감을 느낀 오픈AI는 딥리서치라는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수백 개의 온라인 출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이 모델은 인류의 마지막 시험이라고 말하는 HLE(Humanity's Last Exam) 테스트에서 딥시크R1 대비 3배 높은 26.6%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특히 과학 분야의 복잡한 분석을 30분 내에 완료하는 효율성으로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HLE 테스트는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테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최신 AI 모델들조차 정답률 10%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월 200달러라는 높은 진입장벽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고가 정책이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보 신뢰성 문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미국 제재를 비웃다...화웨이의 'AI 칩' 반격, 엔비디아도 긴장

이러한 격전 속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화웨이로 떠올랐다. 딥시크가 화웨이와의 협력을 통해 자사의 대규모 언어 모델인 딥시크V3와 추론 모델 딥시크R1을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클라우드 서비스에 통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딥시크는 중국 내 IT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AI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의 핵심에는 기술적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GPU 대신 화웨이의 AI 칩인 어센드 910C를 채택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화웨이의 위탁 업체인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중신궈지)가 생산하는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 A100 대비 80%의 성능을 확보했으며, 4K 동영상 생성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최적화됐다. 지난해 2분기 AI 칩 시장 점유율은 15.4%까지 상승하며,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예상보다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는 서구의 제재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자 중국 기술의 자립을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딥시크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입력 토큰 100만 개당 4위안(약800원), 출력 토큰 100만 개당 16위안(약 32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적 통합 면에서는 사용자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화웨이 클라우드상에서 구동되는 딥시크의 AI 모델은 개발자들이 '원클릭'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간편한 시스템을 제공하며, 이는 기기 간 상호 운용성과 사용자 경험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앞다퉈 딥시크 모델을 도입하면서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 다만 서구 국가들의 보안 우려로 인한 사용 제한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딥시크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딥시크와 화웨이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중국의 AI 자립이라는 큰 그림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의 AI 발전 계획과 맞물려 기술적 신뢰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며, 중국 내 AI 산업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소프트웨어 최적화라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극복했다는 것이다. 화웨이 클라우드는 딥시크R1과 V3를 완벽하게 통합 제공하며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화웨이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섰다"... 오픈AI의 폐쇄형 전략이 부메랑이 된 이유

반면 오픈AI는 폐쇄형 모델 전략의 한계에 직면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섰다"는 고백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챗GPT-o3 모델의 독점성을 고수하며 수익성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프랑스계 미국 IT회사인 허깅페이스의 오픈 딥 리서치가 무료 접근성을 무기로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오픈AI의 시장 지배력은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둘러싼 특허 전쟁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오픈AI는 2023년부터 텍스트 생성, 이미지 처리, 멀티모달(시각, 청각을 비롯한 여러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 출원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딥시크를 향한 기술 도용 의혹 제기는 계속되고 있으나, 여기에 대해 딥시크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 2030년 223조 시장의 향방은?... AI 패권 전쟁의 승자는 누구

전문가들은 올해 AI 시장이 효율성 vs 정확성, 오픈소스 vs 폐쇄 라는 두 축의 대립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AI 기술의 민주화와 접근성 확대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2030년까지 22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AI 시장에서 화웨이와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AI 기술 경쟁의 승패는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도전이 가져올 변화는 글로벌 AI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AI 시장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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