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기뻐하는 최민정(27)과 린샤오쥔(29·한국명 임효준)의 모습을 보니 문득 7년 전이 떠올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 후 곧바로 최고 위상을 자랑했던 두 금메달리스트를 인터뷰 하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런 경우 워낙 많은 언론사들이 일제히 인터뷰 요청을 하는 터여서 소속사에선 보통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소속사 관계자에게 전략적으로 제안한 끝에 언론사 유일하게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밤늦게 만난 ‘평창 2관왕’ 최민정은 차분하게 답변하면서도 목표를 향한 굳은 심지를 보였다. 그는 멘탈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읽던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 대해 얘기하며 “마음 비우기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는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쇼트트랙’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던 최민정은 4년이 흐른 후 다시 따로 기자와 마주해 강렬했던 그날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자신을 두고 ‘애어른’이라고 표현했던 기자의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해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한 카페에서 만났던 당시 한국 선수 임효준 역시 쇼트트랙밖에 모르던 청년이었다. 10대 시절 정강이뼈, 발목, 손목, 허리압박골절, 인대 파열 등 총 7차례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재기의 아이콘’이었다. 그때 그가 말했던 롤모델이 새삼 떠오른다. 그는 쇼트트랙 선배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과 야구 전설 이승엽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처럼 자신도, 비록 동성 후배 성희롱이란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는 등 사유는 달랐지만 중국으로 귀화해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임효준은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지 마라”는 말을 되뇌었다고 한다.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고 귀국한 최민정은 “1년 쉬고 복귀했을 때 제일 궁금했던 게 '내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까'였다"며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걸 한 번 더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승부처 아웃코스에서 경쟁자들보다 2~3배 많은 스트로크를 하면서 가속도를 내 추월하곤 하는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지상-빙상 병행 훈련이 가속과 추월의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고 전했다.

중국을 대표해 나선 대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린샤오쥔은 “(박)지원이는 동갑인 친구이고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훈련해왔는데, 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경쟁자이지만 옛 동료이기도 했던 한국의 박지원을 동기부여 삼아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었다.

7년이 지났지만 최민정과 린샤오쥔은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제는 달라진 국적의 두 선수를 지켜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꿈 많던 갓 스무살 남짓의 두 스타는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있다. 동기부여 마인드가 탁월한 두 선수의 앞날을 조금 더 흥미롭게 지켜볼 생각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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