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결과 날 수 있게 정부와 기업 적극 준비해야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의 경제 영향력 사이에서 한국은 실리외교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중국 최고 지도자가 한국 제1야당 대표를 만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한중 관계는 이념과 정파를 넘어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임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 주석이 직접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의 경제적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 무역적자 해소 위한 돌파구... 수출기업 진입장벽 완화 약속
또 시진핑 주석은 올해 10월 방한 계획을 언급하며, 이는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문화·정치 전반에 걸친 협력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중국 측 의지로 풀이된다. 한한령(한류금지령) 완화 가능성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한령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 문화 콘텐츠 및 상품에 비공식적으로 제재를 가했던 조치로, K-팝,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 산업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관광업계에도 큰 타격이었다.
만약 한한령이 완화되거나 해제된다면, 한국 콘텐츠 산업은 다시 한번 중국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국 관광업계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단순히 외교적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에도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제한된 성과만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방한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韓 반도체-中 희토류" 빅딜 오나... 경제 협력 카드로 미국 견제
회담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은 경제 협력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측은 반도체와 희토류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물자 교환' 가능성을 탐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희토류 공급망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연계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칩4 동맹'과 대중국 기술 봉쇄에 대한 양국의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 측은 한국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국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고, 한국은 불안정한 희토류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대규모 협력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기업들과 한국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프로젝트가 구상 단계에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과 태양광 패널 공동 개발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며 "한중 산업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북핵 해법 새 돌파구 열리나... 대북 중재자로 나선 시진핑의 속내
외교 안보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핵 문제다. 시진핑 주석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북한 문제를 논의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고조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 주석은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활용해 대화 재개를 적극 중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 시진핑의 투트랙 외교... 여권 견제-야권 포용 전략 노린다
이번 회담의 이면에는 중국의 치밀한 외교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야당과의 소통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한국 내 정치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자칫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 연대'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야당 대표의 방중이 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이번 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북핵 문제 해결과 경제 협력의 구체화 여부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약속한 사항들이 얼마나 실천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당분간 한중 관계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진핑 방한 계획… 한중 관계 개선의 신호탄?
우원식-시진핑 회담과 시 주석의 방한 계획이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도 다각도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첨단 기술 및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한중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보다 유연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한한령 완화는 K-콘텐츠 및 소비재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중국 시장 재진입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산업 역시 중국 내 수요 증가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특정 산업군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핵심 산업이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향후 국제 정세 변화나 무역 갈등 상황에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은 대중국 협력을 확대하되, 동시에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정상외교를 넘어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는 10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양국이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