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피겨 간판 스타 차준환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한국 남자 피겨 간판 스타 차준환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해’다. 2001년생 뱀띠인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24)은 뱀의 해를 맞아 동계아시안게임 최초의 한국 남자 싱글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고자 한다.

2017년 이후 8년 만에 중국 하얼빈에서 2025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린다. 7일부터 14일까지 8일간 열리는 이번 대회는 빙상, 스키, 바이애슬론, 컬링, 아이스하키 등 종목에 총 64개 금메달이 걸려있다. 

한국은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로 개최국 일본에 이은 종합 2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단은 지난 삿포로 대회에서 일궈낸 종합 2위를 수성하기 위해 3일 결전의 땅 하얼빈으로 떠났다.

효자 종목 쇼트트랙을 비롯해 많은 선수의 활약에 시선이 쏠리지만,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남자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하는 차준환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왕’으로 등극할 준비를 마쳤다.
 
◆ 한국 피겨 역사상 최초 메달 도전, ‘피겨 강국’ 日 넘어야 보인다

남자 피겨 스케이팅 차준환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다음 올림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2월 10일 차준환이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피겨 스케이팅 차준환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다음 올림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2월 10일 차준환이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은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였다. 동계올림픽은 물론이고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1991 삿포로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서 정성일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사대륙선수권대회를 포함한 주요 대회 포디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은 모두 여자 싱글에서 나왔는데, 2017년 대회 최다빈의 금메달과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 곽민정이 수확한 은메달이 전부다. ‘여왕’ 김연아는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차준환의 등장으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 희망이 생겼다. 2015년 전국남녀 피겨랭킹대회서 남자 싱글 역대 최고점(220.40점)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차준환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 남자 대표팀 중 최연소인 17세의 나이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차준환은 데뷔 무대를 최종 15위로 마무리했고, 이는 한국 남자 선수가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기록한 최고 순위였다.
 

차준환이 7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시니어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준환이 7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시니어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성장을 거듭한 차준환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서 5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자신의 최고 순위를 새로 썼다. 아울러 2022 사대륙선수권대회 우승, 2023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남자 피겨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차준환은 동계올림픽에 2번이나 나섰지만 동계아시안게임은 이번 하얼빈 대회가 첫 출전이다. 2017년 삿포로 대회는 너무 어렸고, 이후 대회는 개최 희망지의 부재와 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됐다. 처음 대회에 나서지만 최근 열린 2025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는 등 컨디션이 좋아 메달을 기대해 볼 법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차준환의 메달 수확은 ‘피겨 강국’ 일본을 넘어서야 이뤄질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2025년 1월 기준 세계 랭킹 3위 가기야마 유마(22)가 출전한다. 아시아 1위인 가기야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서 무려 4번의 쿼드러플 점프에 성공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또한 2024 사대륙선수권대회와 차준환이 동메달을 따낸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 중이다. 2024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사토 슌(21)도 이번 대회에 나서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 차준환의 원대한 꿈, 20년 만에 동계 종목 선수로 IOC 선수위원 도전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차준환의 시선은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목동에서 열릴 사대륙선수권대회에 나서고,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한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국가별 출전권도 걸려 있다.

또한 차준환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도전한다. 임기 8년의 선수위원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들이 직접 뽑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자리고, 스포츠 외교와 선수들의 권리 신장에 앞장서는 중요한 직책이다. 선거는 동ㆍ하계올림픽 기간에 진행한다.

그간 한국에선 문대성, 유승민이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기간에는 박인비가 도전했지만, 전 세계 29명의 선수위원 후보 중 전체 18위에 그치며 낙선했다.

피겨스케이팅 차준환.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차준환. /연합뉴스

차준환의 국내 경쟁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원윤종이다. 대한체육회는 28일 취임하는 유승민 회장 체제에서 새롭게 출범한 집행부 아래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후보 1명을 뽑을 계획이다. 그간한국 동계 종목 선수가 선수위원에 도전한 경우는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전이경(쇼트트랙),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강광배(루지) 등 2명이 전부다.

국내 최종 후보로 뽑힌 1인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에 열리는 선수위원 선거를 통해 각국 후보들과 경쟁한다. 이번 선거는 최대 3명을 뽑는다. 차준환은 “유승민 전 위원님과 대화하며 꿈을 키웠다. 도전 기회가 생겨 지원했다. IOC와 선수들 간에 연결 다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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