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가격경쟁력' 내세운 C커머스 비상등
국내 유통망 화살표...알리·테무 몸 키우기 속도
中 미니소 작년 12월 국내 재진출...오프라인도 '예의주시'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도 긴장 상태에 빠졌다. 그간 미국에서 고성장을 이룬 테무, 쉬인 등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의 행보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이들의 국내 공습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온·오프라인 막론한 중국 유통기업들의 한국 시장 확대 움직임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 멕시코 수입품에 25%, 중국의 수입품에는 10% 보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국 개별 소비자에게 주어졌던 관세상 '최소 기준 면제'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액 면세 제도로 인해 펜타닐과 같은 불법 약물이 손쉽게 유입, 미국의 공중보건 위기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그간 미국 소비자들은 개인이 800달러 이하의 물품을 수입(직구)할 경우 따로 관세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소액 면제 적용이 사라지면서 특히 가성비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웠던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내 몸집을 키워 온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해당 제도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테무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29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강력한 관세정책은 중국 기업들의 화살표가 국내로 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반응이 나온다. 더군다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이른바 C커머스는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오고 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C커머스의 국내 누적 결제 추정금액은 상반기에만 2조원을 넘어섰다. 고물가 속 초가성비 상품 수요가 높아지면서 C커머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는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사용자 수를 늘리면서 중순 무렵부터는 국내 종합몰 앱 사용자 순위 2~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알리와 테무의 월간 사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4년 8월 기준 알리와 테무의 월간 사용자 수는 각각 670만명, 565만명에서 올해 1월 기준 708만명, 630만명으로 각각 38만명, 65만명씩 늘었다. 1위는 쿠팡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데이터 기관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사용자 수 3260만명으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쿠팡 다음으로 2, 3위는 알리(899만명)와 테무(813만명)가 차지했다. 이어 11번가(736만명), G마켓(528만명), GS샵(363만명), CJ온스타일(263만명), 옥션(241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쿠팡과 GS샵을 제외한 국내 종합몰 앱들이 대부분 전달대비 사용자 수가 감소한 가운데, 테무의 경우 약 11% 증가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알리와 테무의 파상공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양사는 현재 국내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함께 배송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부터 주 7일 배송 시작을 알리면서 물류·배송 경쟁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알리를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의 경우 최근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국내 시장 입지 확대를 예고했다. 알리는 향후 3년간 한국 시장에만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알리에 비해 국내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온 테무도 올해부터는 점차 국내 마케팅을 늘려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기업들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최근에는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가 약 3년 만에 국내 시장에 재진출 했다. 2013년 중국 광둥성에서 저가형 생활용품샵으로 시작한 미니소는 3년 뒤인 2016년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당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전국 매장을 70개까지 늘렸지만, 다이소 등 일부 기업들과 콘셉트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속적인 짝퉁 논란과 그렇다 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2021년 한국에서의 사업을 철수했다.
국내 고물가 기조 속 초가성비 상품 수요가 높아진 점을 눈여겨본 미니소는 국내 시장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국내 유통기업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균일가 정책을 고수한 다이소가 연 매출 4조원을 육박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자 해당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것이다.
미니소는 가성비 상품을 비롯해 인기 글로벌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을 내놓는 등 국내에서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매장 추가 출점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들의 온, 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출혈경쟁이 커지는 가운데 C커머스는 존재만으로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며 "올해 유통 지형도에 어떤 변화가 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sum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