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클라우드, 딥시크 견제하면서도 적극 활용
저렴한 'R1', 빅테크 천문학적 투자 부담 덜어낼까
소비자 측면에서는 저렴한 대여료 '호재'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 소식에 뉴욕 증시가 폭락했다. 특히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시총 약 6000억달러(863조원)을 날렸다.  / 딥시크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 소식에 뉴욕 증시가 폭락했다. 특히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시총 약 6000억달러(863조원)을 날렸다.  / 딥시크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중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에 대한 미국 빅테크들의 대응 전략이 다각화되고 있다. 

4일 글로벌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는 딥시크의 AI 모델 'R1'을 활용해 자사 서비스와 모델을 업그레이드한다.

MS는 R1을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와 개발자 도구 깃허브에서 지원한다. 아마존 베드락에서는 API를 통해 사전 학습된 모델을 쉽게 통합할 수 있으며,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AI를 통해 맞춤형 학습과 배포가 가능하다. 메타는 R1 기술을 분석해 자사 모델 라마에 적용할 방침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메타는 전략 조직 워룸을 구성하고 딥시크가 어떻게 AI 훈련·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점유율로 AWS와 MS의 뒤를 잇는 구글 클라우드의 경우, 따로 딥시크 모델 지원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외신과 해외 개발자 등에 따르면, 딥시크-R1 모델이 오픈소스로 제공되기에 허깅페이스와 통합된 구글 AI 플랫폼 ‘버텍스 AI’에서 활용·배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0일,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 H800을 이용한 R1을 출시하며 업계을 뒤흔들었다. 대규모 GPU 구매만이 AI 개발을 이룰 수 있다는 업계 통념을 깨며 미국 AI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딥시크를 포용한 건 구글, AWS, MS 등 클라우드 기업들이다. 딥시크의 저렴한 AI가 단기적으로는 충격파를 몰고와도 장기적으로는 AI 컴퓨팅을 활성화시킬 거라고 봤다.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점프스타트에 딥시크 AI 모델이 추가됐다. / AWS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점프스타트에 딥시크 AI 모델이 추가됐다. / AWS

기업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딥시크는 '저렴'하다. 저사양 칩을 사용하는데다 필요한 하드웨어 양도 적어 클라우드 기업들이 저렴하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현재 클라우드 기업들은 딥시크의 출현에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MS는 지난달 29일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주가가 6% 하락한 바 있다.

최근 MS 실적설명회에서 사티아 나델라 CEO는 오픈AI의 모델을 더 저렴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시크에 대해서는 "토큰 가격이 하락하면 추론 컴퓨팅 가격도 하락하므로 사람들은 더 많은 소비를 할 것"이라며 "MS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 PC 플랫폼 업체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저커버그 CEO는 딥시크 등장으로 인해 AI 모델에 높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대규모 자본 지출과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방식이 전략적 이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사용료가 낮아질거라는 계 중론이다. R1은 화웨이 클라우드에서 100만개 입력 토큰에 4위안인데, 비슷한 사양의 구글 제미나이1.5 프로는 프롬프트(명령어) 길이가 12만8000토큰 이하면 100만 토큰 입력시 3.5달러를 받고 있다.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V3와 지난달 출시한 R1, R1-제로, R1-디스틸, 야누스-프로 7B 등이 기존 AI 모델 대비 90~95% 저렴하다고 밝혔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AI 연구원장은 "거대 클라우드 기업들이 딥시크로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조명 받지 못하던 국내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이제는 작은 고객들도 많이 생길 것"이라며 "한국에게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만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호재"라고 분석했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개최한 WWDC에 참가했다 / 연합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개최한 WWDC에 참가했다 / 연합

외신은 빅테크들이 딥시크를 포용하는 것에 대해 오픈AI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픈AI, 앤스로픽 등의 모델보다 비용이 낮은 딥시크의 모델을 이용해 가입자를 더 끌어오려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들 기업들이 미국에 소재지를 둔 기업들인만큼 중국의 AI 굴기에 견제가 없을 수 없다. 특히 MS는 R1 활용으로 클라우드를 활성화해야 하는 반면 오픈AI는 R1 모델 기반 개발자 생태계 구축을 막아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MS는 딥시크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데이터 무단수집 조사 등으로 딥시크를 견제하고 있다. 오픈AI와 같이 딥시크가 오픈AI API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중이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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