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게임, 학습,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자산 쓰임새 커져
탈중앙화 금융,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 통해 금융 시스템 변신 중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10년 후면 비트코인은 쓸데없는 코인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70세를 기념해 발간한 자서전 '소스 코드:나의 시작'에서 던진 폭탄선언이다. 그는 4일 발간되는 자서전을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믿음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스스로 속이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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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암호화폐는 이미 금융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

 ◆ 90% 수수료 절감, 해외송금의 게임체인저, DeFi

해외송금 시장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금융 기술인 '탈중앙화 금융'(DeFi)이 기존 송금 수수료를 90%까지 절감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S전자 생산직 근로자 응우엔 씨(35)는 매달 급여 200만원 중 180만원을 고향 가족에게 송금한다. 2년 전만 해도 송금 수수료로 27만원(15%)을 부담해야 했지만, 현재는 1만8천원(1%)이면 충분하다.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 실제로 가족들에게 더 많은 돈을 보낼 수 있게 됐어요. 삶의 질이 달라졌죠"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DeFi 기술을 활용한 '디파이스마트'는 해외송금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10만원대의 소액으로도 전문가급 포트폴리오 운용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평균 1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조만간 탈중앙화 금융(DeFi) 기술이 현재 전통 자산관리 시장의 30%를 대체할 것"이라며 DeFi가 가져올 금융 혁신에 주목했다.

 ◆ 투명성이 돈이 된다, 블록체인이 만드는 신뢰 혁명

금융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블록체인 기술의 영향력은 기부 문화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니세프코리아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은 기부금의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모바일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이는 MZ세대의 폭발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이러한 투명성 혁신은 공공 부문으로도 확산됐다. 부산시는 모든 공공사업 예산 집행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시민들에게 시정 참여 토큰을 부여함으로써 행정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행정 투명성 평가 최고 등급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 탄소가 돈이 된다, 환경보호의 새로운 패러다임

블록체인 기술은 환경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탄소배출권의 토큰화는 개인과 소규모 기업도 탄소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최소 거래 단위가 0.1톤으로 낮아지고, AI 기술과의 결합으로 실시간 측정과 자동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환경보호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회사가 절감한 탄소배출량을 토큰으로 환산해 판매했더니, 예상치 못한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ESG 경영이 이제 비용이 아닌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고 있죠." 환경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A 대표의 말처럼, 환경보호는 이제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 SNS가 신용등급이 된다, NFT로 재 정의되는 금융 신뢰도

환경 분야의 혁신에 이어, 금융권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NH농협은행이 도입한 'SNS 신용평가 시스템'은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온라인 활동 이력을 NFT로 토큰화해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이 혁신적인 시스템은 특히 청년과 프리랜서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부동산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강남 A빌딩의 소유권이 1만 개의 토큰으로 분할되어 거래되면서, 부동산 투자의 진입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스마트계약을 통한 임대수익 자동 분배 시스템은 투자의 효율성을 한층 높였다.

 ◆ PC방이 직장이 된다, P&E 진화하는 게임 산업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P&E(Play and Earn) 시스템도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P2E(Play to Earn)가 단순히 게임을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했다면, 새로운 P&E는 게임의 재미와 수익 창출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 내 자산을 디지털 토큰이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형태로 바꿔주어, 플레이어들이 실제 돈처럼 거래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 전문 게이머들은 이를 통해 월평균 5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한 고등학생은 방과 후 활동만으로도 월 380만원의 수익을 창출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 내 자산의 소유권을 명확히 보장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제공한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게임 실력과 전략으로 얻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나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순수한 실력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기술적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P&E는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여 게임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며 "향후 더 많은 혁신과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경제 활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메타버스가 새로운 금융시장이 된다, 가상자산의 현실화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자체 암호화폐 발행으로 새로운 디지털 경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2030년까지 1조303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가상 부동산 분야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 상품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는 아직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임명수 'AI 제테크' 저자이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책임교수는 "현재 가상 자산의 가치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시장 변동성도 매우 크다"며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메타버스 시장은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제도적 미비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단기간 내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시장의 성숙도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계의 새로운 시도

블록체인 기술은 교육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기술은 데이터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며, 교육 기관과 학생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여러 교육 기관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학위 인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학생의 학위와 성적을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위조나 변조의 위험을 줄인다. 예를 들어, 특정 대학에서는 졸업생의 학위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여, 고용주가 쉽게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특히 국제적으로 학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경우에 유용하다.

또 블록체인은 학생의 교육 기록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성적 증명서, 수업 이수 기록 등 다양한 교육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저장함으로서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기록을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교육 기록을 손쉽게 제출할 수 있다.

물론 암호화폐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는 주장은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현재까지 확인된 실제 활용 사례들은 제한적이며, 대부분 실험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오히려 기존 달러 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인 암호화폐의 실생활 활용은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특수한 경제 상황의 국가들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빌 게이츠의 우려처럼 암호화폐가 투기 수단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업계의 기대처럼 혁신적인 금융 인프라로 발전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암호화폐 정책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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