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슈어테크 등 도전 가로 막는 규제 장벽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 규제 샌드박스로는 미봉책
다크패턴 불허 등 필요한 곳에 규제 집중해야
/Chat GPT 4o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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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보험을 비롯해 금융 산업 전반은 디지털 기술 발전과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보험업계는 가입과 청구 접근성 강화 등 일부 성과를 거뒀으나, 시장 성장과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5년 경제 환경은 저성장과 변동성 확대가 화두인 만큼, 보험 산업도 디지털 혁신을 통해 수요를 증대시키고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보험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사업모델의 기반이 되는 인슈어테크 육성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다수의 국내 보험회사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업무 효율화를 이루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성과를 내왔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21년 하반기 실시한 보험회사 CEO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1~2022년 경영에 있어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순위로 둔 이들이 26.1%로 가장 많았다.

또한 2023년 30개 생·손보사 디지털전략 총괄 담당 임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회사가 디지털 혁신 추진이 ▲고객서비스 강화 ▲자동화로 인한 업무 효율성 강화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경영성과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이 아직까지 개별 업무 단위에서 발생해 매출 및 이익 증가 등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소비자 만족도·신뢰도 제고,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 비용 감소에 기여하고 있지만, ▲영업이익 증가 ▲매출 확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보험 수요 창출과 재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기술 및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확대가 개인정보 이슈, 디지털 소외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리스크를 발생시키고 있기에, 이에 따른 소비자보호 방안도 요구되는 현실이다.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패턴은 이미 모바일 기기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금융산업 타 업권에서는 다양한 디지털·모바일 상품을 선보이며 경쟁 중이다. 그에 반해 보험 상품의 경우 디지털 보험회사가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나 소액 단기보험 등으로 제한적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여행·레저·스포츠 위험 보장, 반려동물 보험, 운전자 보험 등의 생활밀착형 미니보험 및 소액 단기보험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의 제한적 상품 구성은 실적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은 "소액 단기 보험을 넘어 사물인터넷(IoT)과 연계한 디지털 보험 및 위험관리, 다양한 고객 소비경험과 연결된 임베디드 보험, 데이터에 기반한 온디멘드 보험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규제의 유연성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디지털 보험의 다양성과 성장 지속을 위해 관련 기술과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선도할 수 있는 인슈어테크 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인슈어테크 기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했는데, 핀테크 지원센터 등은 현재 약 40여개 기업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보험 리스크를 분류하는 심사 과정인 ▲언더라이팅 자동화 ▲비교 판매 플랫폼 제공 등과 함께 ▲펫보험 ▲킥워커 대상 온디멘드 보험 ▲AI 기반 임베디드 보험 등으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인슈어테크 시장은 관련 규제로 인해 데이터 활용과 상품 개발이 어려워 시장이 정체된 상태다. 보험업법상 자회사 업무가 제한적이기에 보험사와 인슈어테크의 협력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 상품의 설계와 판매에 있어서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기에, 인슈어테크가 제안하는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기존 규제에 부합하지 않으면 이를 도입하기 어렵다. 2019년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됐지만 업권의 큰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디지털 혁신으로 기존과 다른 양상의 고민과 과제도 안게 됐다. 보험의 가입이나 청구가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빈번히 이뤄지면서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보험소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 또는 연구기관은 크게 장애인·고령층·저소득층·농어민을 4대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분류하는데, 모바일기기 이용 능력은 평균 53.6%로 여타 국민 평균 이용능력 72%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향후 디지털 보험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를 확산하기 위한 추가적 혜택이 강화될 경우 소비자 집단 간 역차별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간결하고 간소화해 이해도를 높인 포괄적 보험상품 제공과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라인의 보험판매플랫폼, 미국의 레모네이드 등이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간소화된 가입절차와 대면상담 옵션을 제공하는 등의 사례가 힌트일 수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교묘하게 설계해 소비자의 판단을 왜곡시켜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구매하게 만드는 온라인 '다크패턴' 행태는 조만간 당국의 철퇴가 내려져야 할 부분이다. 누구나 한 번쯤 봤을만한 금융 다크패턴 사례는 '숨은 돈 찾아드릴까요'라고 소비자들을 현혹해 불필요한 서비스 가입이나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얻어내는 등의 행태다.

금융 당국은 올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인데, 보험업권에서도 선제적인 관리강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다크패턴 사용제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으며, 전 금융권의 다크패턴 사용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예금·대출·보장성보험·투자성증권 등 4개 금융상품 분야의 규제 가이드라인 적용이 예정돼 있다.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다크패턴을 사용하지 않도록 점검할 수 있는 지침 및 체크리스트도 마련할 예정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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