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132.2%→178.8% 급등
현금성자산 포함 유동성 대응능력은 양호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현대건설이 2024년 4분기 연결기준 자기자본 10.5% 규모의 분기순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며 단기적인 재무안정성 저하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2024년 4분기 연결기준 1조7344억원의 영업손실, 연간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별도기준으로는 4분기 3646억원, 연간 17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영업손실의 80% 이상은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발생했다. 주요 해외 사업장 예정원가 조정 등으로 4분기 1조4315억원, 연간 1조240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업장인데, 전자에선 공기 준수와 증가 물량 소화를 위한 비용이 반영됐고, 후자는 품질 비용과 벤더 납기 지연 등의 이유로 비용이 반영됐다.
대표적인 사업장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로 총 도급액 4.37조원 규모다. 공기 지연 및 발주처의 손실보전 불확실성 등을 반영한 예정원가 증액이 이뤄진 게 손실의 주요 원인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유틸리티 현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수주한 사업장인데 합산 총 도급액 2.2조원 규모다. 여기서도 설계 완료에 따른 공사물량 증가, 공기 준수를 위한 공정 촉진 비용 등으로 추가 원가가 발생했다. 아울러 주택사업에서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지난 2021년 이후 공급 현장의 매출 비중이 늘어난 점 역시 손실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공정률 98.2%로 준공이 임박한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역시 추가 작업 및 공정 촉진비용이 발생하며 현대건설 별도기준 영업손실의 원인이 됐다. 해당 사업장은 총 도급액 1.68조원 규모다.
현대건설은 실적 발표 후 "연결 자회사의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에 기인한 것으로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공정 관리를 강화해 수익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2024년 9월 말 연결기준 132.2% 부채비율을 기록한 바 있다. 4분기 발표한 실적이 최종 확정된다고 가정하면 부채비율은 2024년 말 연결기준 178.8%, 별도기준 142.1%로 상승하게 된다. 부채비율 상승 외에도 예정원가가 조정된 해외 사업장에 대한 관련 자금 소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결기준 현대건설의 2024년 매출액은 32.69조원으로 이중 약 41% 가량인 13.3조원이 해외사업에서 발생한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 플랜트와 인프라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던 반면, 현대건설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기조를 유지했다. 중동, 동남아,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해외공사 역량을 축적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한 것은 국내 주택과 토목 사업 위축 상황 시 강점이다.
그러나 공정 후반부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예상하지 못한 큰 폭의 예정원가 조정과 손실이 발생한 부분은 해외 공사의 원가 및 공정관리 역량, 회계정보 산출과 관련한 내부통제 등의 신뢰성에 오점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잠재 손실의 일시적 반영, 즉 '빅배스' 카드가 주효할지 여부다. 건설 및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새로 이끌어가게 될 주우정 사장은 과거 기아 CFO만 5년을 지내며, 2020년 3분기 '세타2 GDi' 엔진 관련 1.26조원 규모 빅배스를 이끈 바 있다.
현대건설은 2025년 매출액 목표치는 30.39조원, 영업이익은 1.18조원을 제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영업이익 6331억원 규모다. 이와 같은 가이던스는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61% 가량이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증권가는 이와 같은 공격적인 가이던스 설정에 대해 달성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iM증권은 "2016년 1.16조원 이후 현대건설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목표인데, 해외 부문의 빅배스를 감안해도 주택 원가율 부담이 2025년 지속될 것으로 실적의 눈높이는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사 매출총이익률이 약 8% 수준으로 상승해야 가능한 목표치"라며 "해외 사업의 비용 반영이 단기적으로 일단락됐고, 2021~2022년 착공한 고원가 현장의 비중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준공 후 미분양 증가 등 쉽지 않은 주택 환경을 생각할 때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0.39배 수준의 역대급 저평가 상황이라는 점과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원전과 에너지 사업 등 수주 가이던스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 개선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의 주가상승 여력은 매우 크다는 게 중론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22일 종가 기준 2만8450원에서 상승여력을 40% 가량으로 전망하며 목표가를 4만원대 수준으로 잡고 있다.
별도기준 해외사업 손실 규모가 크지 않고 유동성 확보 대책 등 재무적 대응능력이 원활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도 제한적일 거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주택사업에서도 수도권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양호한 분양실적으로 보이고 있고, 영업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현재 준공이 임박한 주택사업장의 준공 및 입주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공사대금 회수와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적 대응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요 종속회사로서 계열 건설사업 내 연계성이 큰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추가적인 예정원가 조정 또는 주택사업의 미분양 관련 손실 등으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현재 'AA-·안정적' 신용등급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반영돼 있지 않은데, 이번 손실이 자체신용도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의 반영 여부도 추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2024년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5.37조원 규모다. 이는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차입금 3.2조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별도기준으로도 3.2조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차입금 이외에 정비사업 4.6조원을 포함해 10.1조원의 PF보증 규모가 있다. 이중 약 56%가 1년 내 만기가 도래한다. 한신평은 이에 대해 "PF보증을 제공하는 현장 대부분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 지역에 소재하고 있어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한신평의 경우 ▲해외 플랜트 또는 국내 주택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거나 ▲연결기준 EBITDA/매출액 3% 미만이 지속되는 경우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5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