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메모리 공습에도 HBM이 견인...올해도 성장세도 ‘청신호’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10~12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SK하이닉스는 23일 4분기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직전 3분기에 창사 이래 최고인 7조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HBM 선두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며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지난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4분기 전체 영업이익 6.5조원을 넘어선 수치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조210억원이다. 1년 전(3조5941억원)보다 두 배 높은 기록이다. 매출액 전망치 평균은 19조7001억원으로 1년 전(14조8402억원)보다 30% 이상 늘었다. 분기 기준 국내 영업이익 1위 기업이다.
연간 실적으로 봐도 눈부신 성과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23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로 꼽히는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가 거둔 실적(영업이익 20조8438억원)을 뛰어 넘을 전망이다.
이 같은 호실적엔 AI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범용 메모리 가격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AI 수요가 탄탄하게 이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수익 제품에 집중한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11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5달러로 전월 대비 20.59%나 감소했다. 중국의 범용 D램 저가 공습이 없었다면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은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은 작년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중 HBM의 비중은 40% 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컨슈머향 세트(PC‧스마트폰) 업황 부진에도 서버용 고부가 수요 확대로 메모리 업체들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에서도 고객사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반도체소부장은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맞춤형으로 생산하고자 하는 ASIC 칩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칩 설계에 참여하는 엔비디아 이외 기업들의 HBM 수요가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S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비중은 4분기 D램 내 42%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작년 연간으로는 전사 매출 비중의 20%, D램 내 매출 비중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SK하이닉스 HBM 영업이익률은 50%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HBM을 대량 구매하는 미국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제품을 선호해 HBM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 매출(약 65조~66조원 예상)의 20% 이상이 HBM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AI 반도체 핵심 부품이다. AI 가속기라 불리는 AI 반도체는 AI 학습·추론에 필수 반도체 패키지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붙여 만든다.
올해도 SK하이닉스는 견조한 HBM 수요 덕분에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선두 포지션은 단기간 내 변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화할 HBM3E 12단 시장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가격 프리미엄을 홀로 향유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반도체소부장은 “반도체 관련 글로벌 분석기관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에서 제공한 2025년 1분기 DRAM 제조사들의 로드맵에 의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경쟁은 1c 공정(10나노대 초반 극미세화된 D램 메모리 공정 기술)을 무대로 삼을 전망”이라며 “‘2025 CES’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SK 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기술 개발을 독려한 바 있고 SK하이닉스의 HBM4 샘플은 올해 6월 출하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SK하이닉스는 브로드컴으로부터 HBM4을 대량 공급 요청 받았고 기존 1b DRAM 생산량을 월 140~150k에서 160~170k 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HBM3E 12단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1c 공정을 이용한 HBM4 개발에 힘쓰고 있다”면서 “1c DRAM 생산 타임라인은 기존 ‘지난해 연말 개발 완료 및 양산 돌입’에서 ‘올해 6 월 개발 완료 및 연말 양산’으로 변경됐다. 이는 지난해 8월 개발 완료를 발표한 SK하이닉스와 올해 4월 로드맵을 제시한 마이크론에 비해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초과이익성과급(PS)을 기본급의 1450% 선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시기는 24일로 제안했지만 노조측이 반발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사측은 최근 직원들을 상대로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안내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PS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기본급의 최대 1000%를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다.
김태형 기자 tadkim@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