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정주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유튜브 채널에 빠져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했다. 아무리 언론에 대한 신뢰가 실추됐다고 해도 현직 대통령이 기존 미디어를 도외시하고 극우 유튜브 채널에 중독돼 있었다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시간을 초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대통령이 그런 채널을 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도 윤 대통령을 둘러싼 술, 골프 소문과 함께 다시 생각해볼 일이었다. 보수 유튜버들은 총선 개표 조작 의혹 등을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이에 동조해 온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그렇게 확인시켰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새해초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보낸 자필서명 서한에서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한 뒤에도 여러차례 자신의 지지층에 “함께 끝까지 싸우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윤 대통령의 위험한 확신과 막무가내식 버티기에 더해 유튜버들이 부추기는 가짜뉴스로 인한 불확실성은 새해를 맞는 대다수 국민을 암울한 전망에 젖게 한다.
이들 유튜버는 극단적인 정치적 편견에 기초해 망상에 가까운 가짜 뉴스를 쓰레기처럼 쏟아낸다. 자극적인 언동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욕망을 숨긴 채 말이다. 전통 언론매체를 ‘기레기’로 몰아붙이며 불신을 부추기는 건 돈을 벌기 위한 또다른 방편이다.
선동하면 선동할수록 ‘돈방석’에 앉게 된다는 극우 유튜버들이 이제는 선을 넘었다. 강성 유튜버들이 중심이 된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19일 새벽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했다. 시민과 시위대 41명이 다치고 경찰관 42명도 부상했다.
2021년 11월 미국에서 발생한 ‘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와 유사하게 영장 발부에 흥분한 이들은 청사 내부로 진입해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니며 서부지법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도전이다.
그간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통한 언론 활동으로 국민이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여론이 올바로 형성되는 정화 기능을 믿었기에 유튜브 관련 규제에는 내심 반감을 가져왔다.
'사법 불복'을 외치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폭도'로까지 만든 윤 대통령에게 먼저 그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더 이상 극단을 치닫는 유튜버에게 대통령의 사고가 잠식당하고 이렇게까지 나라가 휘둘려서는 안될 일이다.
법질서, 경제는 물론 국격까지 추락시키려는 이들 유튜버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
허위정보를 생산 유포하는 유튜버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유튜브 등 플랫폼에 허위정보 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우선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은 기본이 될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나 선동에 휩쓸려 깊이 사고하는데 미숙한 사람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도 필요하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포함시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력해 허위정보 식별 방법에 대한 대중 인식을 높일 필요도 있다.
그리고 최소한 대선에 나서는 후보만큼은 자신의 유튜브 시청 열람기록을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어느 극단에 빠져 있지 않음을 유권자에게 확인시켜야 한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체포와 탄핵정국을 맞은 지금으로선 후보의 유튜브 시청기록은 유권자의 알권리가 돼야 한다. 양 극단과 확증 편향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사회의 갈등구조를 바꿀 힘은 국민에게 있다.
정주호 기자 jooh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