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반도체 수출, 동맹국은 제한 없고 적대국은 금지
엔비디아 "AI칩 남용 위험 보다 美 리더십 위협" 
중국 접근성 줄어들면 한국 기업들 수익 손해
반도체 칩을 들고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연합뉴스
반도체 칩을 들고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연합뉴스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 세계 국가들을 3개 등급으로 나눠 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엔비디아와 협력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엔비디아가 주요 매출 국가인 중국에 저가형 인공지능(AI) 칩을 수출하지 못하면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매출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동맹국에만 제한 없이 수출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구매할 수 있는 양을 한정하는 새로운 수출통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믿을 수 있는' 국가와 기업 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로봇과 데이터센터 등 AI 반도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출 통제를 전 세계 대부분 나라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AI 개발이 미국 위주로 이뤄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표준을 따르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미국이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 보다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이 나눈 3개 등급은 소수의 미국 동맹으로 구성된 최상위층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동맹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서방국은 현행처럼 미국산 반도체를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고 적대국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 등은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들은 수입할 수 있는 상한이 설정되지만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안 요건과 인권 기준을 따르기로 동의하면 국가별 상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제한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위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수출규제를 도입하는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규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VEU는 미국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미국 정부가 2023년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는 예외를 허용할 때도 VEU 규정을 활용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 건의 규제를 통해 엔비디아와 AMD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하는 반도체를 통제해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회원사인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도 바이든 행정부가 업계 의견 수렴 없이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규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 'H20'에 탑재되는 HBM 4세대 제품 'HBM3'를 공급하고 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AI 칩이다. 삼성전자의 HBM 매출의 30%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이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해왔기 때문에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로 엔비디아의 HBM3 활용량이 줄면 양사의 매출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할 것으로 발표한 차기 중국 수출용 AI 칩 'B20'의 수출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들의 HBM 탑재 가능성도 있었던 만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 AMD도 중국 수출길이 차단될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AMD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3E 등 최신 HBM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이번 수출 제한 국가들은 첨단 AI칩의 수요가 크지 않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가 AI 칩 개발·생산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신 제품 비중 확대와 예외 규정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에서 제조하는 한국 기업의 반도체가 중국 등 국가로 공식 수출되는 건 없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AI 반도체를 비롯해 차세대 반도체를 구매할 만한 잠재 시장이기에 중국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든다면 한국 기업들의 기대 수익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수출 제한 지역에 AI 반도체 수출이 많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제한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반도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