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이나라 기자. 
경제부 이나라 기자.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우리나라는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대출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지난해 12월 열린 여신금융포럼에 참석한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이 12년에 걸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사실상 본업 경쟁력을 상실한 카드업계를 두고 한 말이다. 

현재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11월 말 기준 43조원에 육박, 매달 사상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카드론의 경우 대체로 큰 신용평가 없이 대출이 가능한 대신 금리가 높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하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이 찾는 대출이다. 즉, 카드론 잔액이 많다는 의미는 서민경제가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95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카드론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인 만큼, 일반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이를 억제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체율 상승이 서민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대출을 대신할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본업으로 평가받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2년 이후 줄곧 인하되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2012년 1.5~2.12% 수준이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오는 2월 0.4~1.45%까지 하락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의 표를 의식해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업계에서는 30% 수준을 유지하던 수수료 수익 비중이 올해 20%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12.3 비상계엄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악재가 잇따라 겹치며 내수부진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카드업계의 한숨을 더 깊어지고 있다. 

반면, 수익성을 끌어올릴 뚜렷한 대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 먹거리로 알려져 있는 데이터·AI 등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간편결제 서비스 역시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 등 기술력을 겸비한 빅테크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카드업계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진 종합지급결제업(은행처럼 계좌를 발급하고 급여 이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역시 은행권의 입김에 허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본업의 부족한 수익성을 메울 대안으로 대출로 눈을 돌리는 것은 꾸준한 수익을 올려야하는 민간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결정보다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발맞춘 유연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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