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밈코인 시가총액 174조원, 도지코인 약74조원,
젊은 세대 공감 얻으며 새로운 투자 문화 형성
대출까지 받아 투자, 한순간 빚더미에 앉아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8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이 약 74조원을 돌파했다. 밈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2023년 약 29조원에서 500% 상승해 현재 약 17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대표 기업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약 141조원)을 상회하며,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334조원)의 절반을 상회하는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하면서, 도지코인을 비롯한 밈코인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이른바 '머스크 효과'가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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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 거래 기관 DWF Labs는 밈코인이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으며 커뮤니티 기반의 새로운 투자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SNS 인플루언서부터 10대 청소년까지 연루된 조직적 사기 행각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현대판 폰지 사기이자 청소년을 노린 신종 범죄"로 규정하고 전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일부 피해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 사회적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스캠코인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주요 사기성 밈코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슬레프 코인, 프리세일서 1000만 달러 '증발' 사태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슬레프(SLERF)' 사태는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프리세일 과정에서 운영진의 '단순 실수'로 포장된 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 증발 사건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자녀 학자금까지 투자했다"는 투자자 A씨(45)는 "평생 모은 돈을 날렸다"며 오열했다. 특히 이 사건은 운영진이 고의로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수사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운영진 고의로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조작한 대표적인 스캠코인인 슬레프 /이미지=엘뱅크
운영진 고의로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조작한 대표적인 스캠코인인 슬레프 /이미지=엘뱅크

블록체인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코드 내부에 의도적인 취약점이 발견됐으며, 이는 '실수'가 아닌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운영진은 코인마켓인 엘뱅크를 통한 환불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피해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해외 로펌과 함께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 북오브밈, 24시간 만에 '폭락' 대참사

바이낸스 상장으로 시총 10억 달러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던 '북오브밈(BOME)'의 폭락은 더욱 처참했다. 상장 직후 24시간 만에 50% 이상 폭락하며 수만 명의 개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 상장을 미끼로 한 전형적인 펌프 앤 덤프 수법으로, 특정 세력이 상장 전부터 물량을 확보해 고점에서 대량 매도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펌프 앤 덤프’란 허위 정보를 유포해 주식 가격을 끌어올린 뒤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사기 수법을 의미한다.

업계 A코인마켓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상장 전 2주간 약 50개의 대형 지갑에서 집중적인 매수가 이뤄졌으며, 이들은 상장 직후 동시다발적으로 매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였던 피해자 고민정(가명)씨는 "퇴직금 전액을 투자했다가 하룻밤 새 절반을 잃었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 13세 소년의 'QUANT' 무더기 피해 발생

가장 놀라운 사건은 중학생이 저지른 'QUANT' 사기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숙했던 13세 소년 C군은 연이어 러그풀(rug pull)을 일으켜 수천 명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러그풀(rug pull)은 가상화폐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프로젝트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코인을 대량으로 매도해 투자자들에게 금전적 손실을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C군은 학교 동아리에서 배운 코딩 실력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제작했으며, 틱톡과 디스코드를 통해 또래 청소년들을 현혹했다. 특히 '용돈벌이 프로젝트'라는 미끼로 10대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교육계에서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투자와 범죄 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혁진(가명) 학생은 "급식비를 모아 투자했다가 전액을 잃었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밈코인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 인플루언서 앤드류의 'DADDY' 토큰 대규모 사기판

소셜미디어 스타 앤드류 테이트는 자신의 800만 팔로워를 대상으로 'DADDY' 토큰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확실한 수익 보장’을 내세우며 수십만 명의 팔로워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했지만, 결국 대규모 러그풀(rug pull)로 드러났다.

테이트는 자신의 호화로운 생활을 SNS에 공개하며 '성공한 투자자'로 자신을 포장했고, "DADDY 토큰으로 테이트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허위 광고로 2030세대를 현혹했다. 특히 테이트는 루마니아에서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음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SNS 마케팅에 현혹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젊은 층으로, SNS에서 유행하는 '부자되기 신화'에 현혹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피해자들은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 전설 악용한 '호크투아'와 'DJT' 투자자 기만

말레이시아의 전설적 전사 '호크투아'의 이름을 도용한 밈코인은 동남아시아 투자자들을 노렸다. 현지 문화를 교묘하게 악용해 단기간에 10만 명 이상의 투자자를 현혹했으며, 'DJT' 코인과 함께 조직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수사당국에 따르면 피해액만 최소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범인들은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자부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현지인들의 신뢰를 얻었으며, 종교 지도자들까지 동원해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말레이시아 금융당국은 이를 "문화적 정체성을 악용한 중대한 금융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AI 기반 사기 코인의 실체

최근에는 ‘GPT-4 기반 수익 창출’을 내세운 AI 밈코인까지 등장했다. "AI 기술로 하루 5% 수익 보장"이라는 허황된 약속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했지만, 실제로는 백서조차 없는 완벽한 사기였다. 운영진들은 챗GPT와 같은 AI 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폰지 사기 구조였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조사 결과, 이들이 사용한 스마트 컨트랙트는 기존 사기 코인의 코드를 그대로 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최고'를 표방한 'GOAT' 코인의 몰락

트루스 터미널이 발행한 'GOAT' 코인은 '최고의 투자처'를 자처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많은 투자자를 모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상장 일주일 만에 99.9% 폭락하며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특히 이들은 유명 연예인 D씨에게 수십억 원의 홍보비를 지급하고 SNS 광고를 진행했으며, 가상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출시 직후 개발진은 모두 잠적했고, 약속했던 플랫폼은 허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 ZachXBT가 포착한 범죄 조직망

가상자산 시장의 '정의의 사도' ZachXBT가 유명 밈코인 거래자의 11개 지갑을 추적한 결과, 충격적인 민낯이 드러났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가격을 조작하고 약 3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역외 거래소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국제적인 범죄 조직과의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업계 가상자산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여러 국가에 거점을 두고 있는 조직적인 범죄 집단으로, 최소 5개국에서 유사한 수법의 사기를 벌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은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 암호화 메신저를 통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작했으며, 다크웹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정황도 포착됐다.

최현호 동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밈코인은 대부분 기술적 가치나 실체가 전무한 순수 투기 수단"이라며 "투자자들은 화려한 광고나 인플루언서의 선전에 현혹되지 말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밈코인 사기에 대한 특별 단속반을 구성하고 전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특별 단속반은 사이버수사대, 국제범죄수사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직으로, 국제 수사당국과의 공조도 강화할 예정이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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