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상계엄 선포 후, 환율 1480선 돌파...15년 9개월만에 최고치
환율 둔화 감안해도 실질 임금상승률 1%대...경제활동 심리 약화 추세 멈춰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비상계엄 사태로 벌어진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정치에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는 물론,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침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되는 등, 올 한해 우리 경제가 헤져나가야 할 과제들이 늘고 있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원이 오른 1470원으로 출발해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9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선을 넘어 12월 27일 오전에는1480원을 돌파했으며 이는 2009년 3월 16일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터치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정치와 경기 불안 우려를 꼽고 있다. 또한 내수부진 우려가 극대화되면서 한국은행이 이달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통해 기준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마땅한 환율 하락 재료가 없다"며, "오히려 1월에는 대외적으로 강달러 압력이 재확대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과 경기 부진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이 더 큰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 번 레벨을 높인 환율은 당분간 1400원대 중후반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가운데 1분기 평균 전망을 144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4분기까지 상고하저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다"고 짚었다.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부진에 이어 미국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관세 정책이 이어지면서, 수출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란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비상계엄 후 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주요 심리 지표에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4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중 소비자심리지수는 88.4pt로 직전의 11월 대비 12.3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인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한 수치다. 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표(현재생활형편CSI·생활형편전망CSI·가계수입전망CSI·소비지출전망CSI·현재경기판단CSI·향후경기전망CSI) 등이 모두 10월 대비 하락세다. 

아울러 1월로 예정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도 환율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 후보는 오는 20일 취임식을 열고 2기 집권에 들어간다.

문 연구원은 "대선 직후 부각됐던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과 강달러 압력은 다소 진정된 상황이지만 트럼프 취임 전후로 단기적인 달러화 상방 압력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럼프 2기에 대한 기대감에 더해 취임 직후부터 관세 등 핵심 공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책 불확실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실질 임금상승률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승 전환했음에도 소매판매 증가율은 더 침체됐고, 국내 경기 불안정으로 소비심리가 더욱 부진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질 임금상승률이 상승 전환했고 하반기에는 1%대로 올랐지만 실질 소매판매 증가율은 오히려 더 침체되는 추세로, 이는 부진한 소비심리가 그 원인이다"며,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12월 소비심리지수가 급락했고 물가안정에 따른 실질 임금 상승 효과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선 정치적 안정성이 회복되고 경제활동 심리가 약화 추세를 멈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 될 경우, 실질 임금 상승세마저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24년 동기 대비 현재 환율 상승폭을 고려해 계산하면 이론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1.4% 가량 높일 수 있다"며 "최근 실질 임금상승률이 1.7%로 급등한 환율로 인해 실질 임금 상승세가 대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밝혔다. 또한 "명목 임금의 추가 하락을 차치하고서라도 1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00원 수준으로 빠르게 낮아져도 실질 임금상승률은 2024년 동기 대비 1% 이하로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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