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들 주요국에 “한국 경제 믿어달라” 요청
환율안정‧산업활력 회복 지원 등 경제살리기 총력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국내 주요 경제단체와 재계는 내년 우리 경제가 내수·수출 부진 속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낼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재계는 기업쇄신과 체질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헌정사상 첫 국무총리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 항공기 사고 수습 책임자로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휘하게 되면서 연초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 주요 지표인 환율은 12.3 계엄 직후 지난 4일 오전 1440원을 넘은 뒤 지난 27일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 행진이다. 코스피 2400선도 4거래일 만에 무너져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기반인 수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전기 대비 0.1% 늘었다. 이는 수출과 건설투자 부진 여파로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0.2% 줄며 7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또 기업들의 업황 심리 판단을 보여주는 12월 중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7.0으로 전월에 비해 4.5포인트 하락,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악화 됐다. 이는 비상계엄 조치로 불확실성 확대, 환율 상승에 의한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을 대상으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 결과 응답 기업들은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협이 조사한 내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에 따르면 내수(88.6)·수출(90.2)·투자(89.4) 동반 부진은 지난 7월 이후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내수는 2020년 9월(88.0) 이후 52개월 만에 최저치, 수출은 2020년 10월(90.2)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신정부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부진 장기화 등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산업활력 회복을 위한 지원 등 경제살리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류진 한경협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최근 잇달아 주요국 파트너들에게 “한국 경제는 괜찮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류 회장은 미국 상공회의소 등 31개국 33개 경제단체장들에게 최 회장은 128개국 세계상공회의소 회장과 116개 주한외국대사를 대상으로 한국 경제를 믿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년사를 통해 정부와 재계가 '원팀'이 돼서 위기에 대응하고 기업은 전면적인 쇄신과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난 29일 '2025년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저출생 고령화로 기초체력이 고갈되면서 어느새 1%대 저성장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그동안 버팀목이 돼줬던 수출마저 둔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다시 성장과 침체의 갈림길에 선 것"이라고 했다.
류 회장은 "정부와 경제계가 원팀을 이뤄 더 많은 기업이, 더 넓은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세계에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빠르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발로 뛰는 메신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경제단체는 물론 정부와 싱크탱크, 오피니언 리더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기업가정신을 재점화해 새로운 'K-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신년사에서 "옛 것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이 요구된다"며 "저성장의 뉴노멀화라는 경고등이 켜진 지금 과거의 성장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과거의 성공에 머무르지 말고 과감한 혁신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경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한다"며 "단순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에서 나아가 성장의 씨앗이 메마르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장기 전략을 수립·실행하고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재 육성과 투자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년 1월 3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신년인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탄핵 정국 여파로 대통령이나 총리가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경제 불확실성을 함께 헤쳐 나가는 의미로 경제계 리더들이 다른 해보다 더 큰 참석 의지를 밝히며 성장 의지를 다지는 인사회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신년사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근로시간의 양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근로자들의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업무 특성에 맞게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안 요인들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경기부진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업은 경제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노동계 역시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파업을 자제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중심으로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 정책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불씨와 지정학적 갈등의 지속은 세계 교역을 저해하는 불안 요인으로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급변하는 대내외 무역환경을 점검하고 수출 기업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장 밀착형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대외정책, 공급망 재편, 그린 장벽 등 변화무쌍한 통상환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과거 수많은 대내외적 도전에 우리 무역업계는 담대하게 응전했고 그 결과 도약을 거듭했다"며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위기 극복과 혁신의 DNA는 어디에도 없는 한국 무역의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tadkim@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