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화물차 즉시 관세철폐···향후 추가 협상도 추진
정부 정책 차원 인프라 프로젝트도 관심···'K-방산' 주요 고객이기도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2024년 12월 31일부로 한국과 필리핀 사이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며, 양국 간 교역 활성화가 기대된다.
필리핀은 1.2억 인구에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5위 교역국이다. 또한 올해는 5.8%, 내년엔 6.1%의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 지역 대표적인 수출 유망 시장이다.
◆ 내연차 등 즉시 관세철폐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사장 강경성)는 이번 FTA 발효로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내연기관차 ▲화물차(현행 관세 5%)가 가장 수출 유망 품목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5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는 ▲전기차(5%) ▲자동차부품(3~30%) 역시 유망하다.
아울러 한류 영향으로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기업의 ▲문구류(5%) ▲가공식품(5~15%) ▲가정용 전자기기(5%) 등 소비재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필리핀향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 친환경차와 자동차부품 등의 관세는 향후 5년 사이 철폐하며, 관세율도 단계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제품과 문구류, 가공식품 외에도 인삼(5%)·고추(5%)·배(7%)·고등어(5%) 등의 관세는 15년 안에 철폐 예정이다.
이번 한국과 필리핀 1:1 FTA 외에도 그간 양국은 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FTA를 통해 교역 개방의 문을 연 바 있다. 필리핀의 경우 전체 교역 품목 중 89.2%인 9993개 품목만 개방했으나, 이번 양국 FTA를 계기로 양허수준을 7.3%p(821개) 추가로 확대했다. 한국의 경우 기 발효 FTA에선 94.2%인 1만1517개 품목을 개방했는데, 이번에 0.6%p(85개)를 추가로 열었다.
◆ 트럼프 2기 대중국 견제 강화에 필리핀 중요도 커져
한국과 필리핀의 FTA 협상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뚫고 진행됐다. 지난 2019년 6월 협상이 시작됐으며, 2021년 10월 타결에 이르렀다. 양국이 서명한 것은 2023년 9월이고, 올해 11월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된다.
또한 FTA 발효 1년 후에는 서비스무역 및 투자 분야에 대해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필리핀의 1인당 명목 GDP는 2023년 기준 미화 3725.55달러다. 수입액은 1261억달러며, 수출액은 729억달러다.
필리핀의 입장에서 한국은 중요한 교역 대상국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다음으로 한국에서 수입량이 크다. 한국의 뒤를 잇는 건 미국으로, 이들 5개 국가가 상위 수입 대상국이다. 수출은 미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순이며 한국은 7위다.
한국은 2023년 필리핀에 90억900만달러를 수출했으며, 46억4500만달러를 수입했다. 핵심 수출품목은 ▲석유제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선박해양구조물/부품 ▲동제품 ▲자동차 ▲염료/안료 ▲컴퓨터 ▲가구부품 ▲전력용기기 등이다. 수입은 ▲곡실류 ▲석탄 ▲수동부품 ▲동광 등 외에도 ▲반도체 ▲산업용전기기기 ▲컴퓨터 ▲기타가정용전자기기 등의 규모도 크다. 후자는 현지 진출 다국적기업의 제조/수출 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FTA 발효와 함께 수출 시장으로서 필리핀의 위상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재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화되는 대중국 규제 영향도 중요하다. 탈중국 기업의 투자 유입 및 관광업 회복 등으로 2025년 아세안 지역 경제는 4.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필리핀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성장률 6.1%는 베트남과 더불어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세안 주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5.1%, 말레이시아 4.4%, 태국이 3.0% 수준에 그친 전망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또한 신흥국 중에서도 캄보디아 5.8%, 라오스 3.5% 등과 비교해도 전망이 밝다.
특히 소비 측면에서 매우 유망한 시장이다. 필리핀은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를 통틀어 인구 평균연령이 25.4세로 가장 젊다. 이처럼 소비력 높은 젊은 인구가 많은 데다, 연평균 1.5% 수준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물가안정에 따라 가계 소비 증가가 예상된다.
◆ 현지 정책 프로젝트 향방도···인프라·방산 등 주목
아울러 코트라는 필리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양국 간 사업협력 가능성이 높은 유망 분야로 ▲스마트 농업 ▲스마트 시티 ▲재생에너지 분야를 제시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농업 현대화 정책의 일환으로 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협력 수요를 늘리고 있다. 또한 'Build, Better, More'라는 슬로건 아래 인프라개발 정책 일환으로 3개의 스마트 시티 개발을 정부 차원의 목표로 내걸고 있다.
또한 필리핀에너지플랜(PEP)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3년 22%에서 2030년 35%까지 확대할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두테르테 필리핀 전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플래그십 프로젝트 119개 중 15개만 종료됐으며, 나머지 104개는 현 마르코스 정부에서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된 정책 프로젝트 외에도 농산물 원산지에서 시장까지 교통망을 구축하는 사업인 FMR(Farm to Market Road), 마닐라 물류 개선 사업, 필리핀 고속도로 네트워크 및 루존 고속도로 네트워크(LSEN) 구축 사업 등이 있다. 그밖에 수자원 관리, 재난위기 대응, 보행자 기반 시설 건설 사업 등도 추진 예정이다.
향후 국제적 역학관계의 영향을 지켜봐야겠으나, 지금까지는 중국의 인프라/건설 시장 진출 및 원조 확대가 공격적이었다. 이에 중국 기업들과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FTA 발효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지난 2013년부터 2028년까지 15년에 걸쳐 군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필리핀은 글로벌 방산산업의 '큰 손'이기도 하다. 한국으로부터 지난 2015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과 2020년·2021년 HD현대중공업의 호위함을 도입했다. LIG넥스원은 대잠수함용 경어뢰 청상어와 함대함 미사일 해성을 공급하기도 했다. 스톡흘름 국제평화연구원(SIPRI)의 '2023년도 세계 무기 수출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필리핀은 K-방산 수출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1위 폴란드(27%)의 뒤를 잇는 중요한 위치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