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드랙스, 바이오매스 전환 후 40조원 이상 보조금 받아
英 정부, 드랙스 그린워싱 인정하면서도 보조금 지급
지난해 1150만t 탄소 배출...英 총 탄소 배출량의 3%
환경단체, “BECCS 기술은 영국 탄소중립 목표 달성 도움 안 돼”
영국 환경단체들이 바이오매스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영국의 기후 목표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 사진=드랙스 홈페이지
영국 환경단체들이 바이오매스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영국의 기후 목표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 사진=드랙스 홈페이지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영국 환경단체가 바이오에너지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 기술이 영국의 기후 목표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이 기술이 탄소중립(넷제로) 목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점도 있다고 강조했으나, 환경단체는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유엔 산하 기후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규정 변경 작업으로 인해 BECCS 기술을 이용한 탄소 감축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환경단체의 경고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BECCS는 바이오에너지와 탄소 포집 및 저장(CCS)을 합친 말로, 바이오매스를 연소시켜 전력을 발생시키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바이오매스는 탄소를 흡수하고 있는 식물이나 나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바이오매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대기 중의 탄소를 실제로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영국 노스요크셔에 위치한 바이오매스 발전소 드랙스(Drax)는 영국에서 약 2595MW(메가와트)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며, 영국 전체 전력의 약 4%와 재생 가능 전력의 9%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2월부터 BECCS 기술을 적용해 시험 가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초에는 발전소 2곳을 BECCS 기술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드랙스는 연료로 쓰이는 나무가 발전소에서 연소될 때 배출하는 만큼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왔기 때문에 탄소중립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이 회사는 더 많은 보조금을 동원해 탄소 포집 기술을 도입하고, BECCS 프로젝트를 만들어 10년 안에 세계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발전소'가 될 계획이다.

탄소 네거티브는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 제거 및 대기 중에 있는 탄소까지도 제거해 ‘마이너스’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영국 정부는 드랙스 발전소에 매년 약 5억파운드(약 92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기한을 2030년대 말까지로 연장할지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및 순탄소 제로 부서 관계자는 “대규모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은 2027년에 종료될 예정”이라며 “이후 추가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바이오매스 발전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오매스 연소 방식이 탄소중립적인 에너지 발전 방식이 아니며, 특히 펠릿 생산은 삼림 벌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드랙스가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2012년 석탄에서 바이오매스로 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220억파운드(약 40조7300억원) 이상의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받은 드랙스는 지난해 1150만t(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영국 총 탄소 배출량의 약 3%에 해당하며, 9월 폐쇄된 노팅엄셔의 래트 클리프 온소어에 있는 영국의 마지막 석탄발전소보다 4배 더 많은 배출량이다. 드랙스는 그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은 영국의 4개 발전소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보조금으로 5억3900만파운드(약 9980억원)을 챙겼다.

프랭키 메이요 엠버 분석가는 “목재 펠릿을 태우는 것은 석탄만큼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며 “보조금으로 바이오매스를 지원하는 일은 값비싼 실수”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의 지출을 감독하는 기관인 국가감사원 역시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정부가 목재를 전력 생산용으로 태우는 데 총 220억파운드(약 40조73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규탄했다.

또한 환경단체 바이오퓨엘워치(Biofuelwatch)는 IPCC 회의에서 규정이 변경되면 BECCS 기술은 탄소 감축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산하 기후기구인 IPCC와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를 비롯한 기후당국은 정부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 전망에 BECCS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IPCC는 현재 2027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탄소 제거’ 기술 관련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 계산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알무트 에른스팅(Almuth Ernsting) 바이오퓨엘워치 공동 디렉터는 “IPCC 전문가 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으나 BECCS를 이용한 탄소 감축 성과는 전력을 생산하는 국가가 아니라 목재를 생산하는 국가의 성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약 영국 정부가 드랙스의 BECCS 기술 개발을 위해 수십억 파운드의 추가 보조금을 제공한다면, 이는 펠릿을 수출하는 북미 국가와 기타 국가들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고 영국에는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랙스 측 대변인은 “싱크탱크의 조사 결과는 잘못됐다”고 일축하며 “연구진이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된 탄소회계 방식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BECCS는 안전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탄소를 제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도 “보고서는 바이오매스 배출량 측정 방법을 근본적으로 잘못 표현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IPCC는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에 따라 공급되는 바이오매스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바이오매스 발전이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환경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드랙스는 탄소 포집과 함께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면 세계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발전소’가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자와 기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드랙스는 2년 전 석탄발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한 후 탄소 배출을 90% 감축했다고 주장했지만, 환경단체는 드랙스 그룹을 ‘위장 환경주의(그린워싱)’로 OECD에 제소해 논란이 된 적 있다.

더불어 환경단체들은 드랙스가 공급받는 목재 연료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폐목재만을 연소하고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드랙스의 주장과 배치된다. 영국 정부도 드랙스의 그린워싱을 인정하면서도 보조금을 지원해 환경단체들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 한 것이다.

가디언은 “환경단체들이 프로젝트가 운영되는 동안 탄소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운영 기간 포착된 배출량이 많고 야생 동물, 특히 조류의 교란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요 분석가는 "전력 생산을 위해 목재를 태우는 일은 영국의 에너지 독립을 제한하는 값비싼 위험이며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여정에 자리 잡을 수 없다“며 ”진정한 에너지 안보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풍력과 태양광, 건강한 전력망 그리고 전력 시스템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계획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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