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만에 1억3천만원대에 거래, 안정적인 흐름 되찾아
17일 최고 비트코인 가격 1.5억원 돌파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격랑에 휩싸였다. 전날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된 긴급 담화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30분 만에 1억3300만원대에서 8800만원대까지 급락하며 33%의 역프리미엄이 발생하는 등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빗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5.11% 상승한 1억347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자정을 기점으로 한 차트 업데이트 시점에 맞춰 전날 밤 발생했던 역프리미엄이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비트 역시 같은 시각 비트코인이 전일 동시간 대비 0.7% 상승한 1억3470만원대에서 거래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투자 심리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오히려 탈중앙화된 가상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거래소의 한 임원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 참여가 시장 반등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이번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정치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정국 안정화 과정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한 한국 시장의 이례적인 움직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시장이 출렁이는 동안 바이낸스 등 해외 주요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9만 4000달러(약 1억3천만원)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통상적으로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 대비 높은 거래가를 유지하던 한국 시장의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34%까지 하락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러한 극단적인 시장 변동성은 가상자산 시장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지닌 독특한 특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 '패닉셀링(Panic Selling)'에 51조 거래대금 폭주
가상자산 마켓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국내 5대(빗썸, 업비트, 코빗, 고팍스, 코인원)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은 공포성 매도가 이어지면서 51조 581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같은 날(3일)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15조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업비트의 거래대금만 41조 4050억원을 기록했으며, 빗썸도 9조 1150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거래량은 거래소 시스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버가 마비되면서 매도도 매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평소의 10배가 넘는 주문이 몰리면서 시스템이 마비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원하는 가격에 거래를 하지 못해 큰 손실을 봤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C씨의 증언이다.
◆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 '훨훨'
극적인 반전은 탄핵 가결 이후에 찾아왔다. 16일 아시아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10만 6493달러(1억5318만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가상자산 발언이 강력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트럼프가 미국 경제뉴스 방송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가상자산의 수장이 되게 하고 싶다"는 발언은 가상자산 시장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석유 비축량과 비슷한 암호화폐 비축량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아캄(Arkham)이 최신 정부 비트코인 보유량 순위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미국이 현재 가치로 200억 달러가 넘는 약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정부 보유량과 더불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임원인 A모씨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투자 전문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나스닥100 지수 편입은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예고하고 있다.
◆ 비트코인 상승세 속 MACD·RSI 지표 '과열' 신호...전문가들 하락 전환 경고
비트코인은 현재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1년 이후 가장 긴 상승 흐름을 기록 중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조정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시장분석가 토니 시카모어(Tony Sycamore)는 "최근의 꺾인 상승세는 랠리 후퇴의 징후일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유명 디지털자산 분석가 크립토 파텔(Crypto Patel)도 16일(현지시각) “이번 상승세가 곧 반전될 수 있다”며 트레이더들이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텔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추세 분석 도구인 이동평균수렴발산(Moving Average Convergence Divergence, MACD)이 약세 신호를 보이고 있는 점과 가격의 상승압력과 하락압력 간의 상대적인 강도를 나타내는 상대강도지수(Relative Strength Index, RSI)가 70을 넘어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표도 제시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