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프리미엄 자산의 新물결...디지털 자산시장 'STO' 시대 개막
디지털 금융 혁신의 신호탄 STO 법제화 가시권
프리미엄 자산도 쪼개서 사는 STO 시대, 증권사 인프라 구축 '총력전'
최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STO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료=iStock
최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STO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료=iStock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토큰증권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이하 STO) 법제화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이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지난 10월과 11월 STO 패키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여야가 STO 입법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정보학회 디지털자산연구회가 주최한 '제1회 디지털자산 STO 포럼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국민의 힘 관계자는 "토큰증권 허용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이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STO가 더 이상 도입 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안정적으로 정착시킬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STO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자리잡고 있다. 업비트 가상화폐 거래소 산하 투자자보호센터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자료를 인용해 2030년 국내 STO 시장 규모가 3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관계자는 "실물자산과 다양한 무형자산의 토큰화를 통해 시장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이미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STO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 STO, 실물 자산의 토큰화로 금융 민주화를 실현하는 게임체인저

STO 법제화의 핵심은 투자 민주화에 있다. 기존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개념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토큰증권으로까지 확장함으로서 일반 투자자들도 부동산, 빌딩, 고가의 미술품, 고급 주택 등 프리미엄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하여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금융투자업계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투자자들은 진입장벽이 낮아진 프리미엄 자산 투자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비싼 물건을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 살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방식의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STO 법제화가 되면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산 소유자는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다양한 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

한국증권형토큰협회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전통 금융의 융합은 한국 금융 시장에 새로운 혁신의 물결을 가져올 것이며, 국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투자 플랫폼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는 한국 금융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적 환경 정비와 기술적 발전, 금융 인프라 구축, 투자자 보호 체계 확립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STO는 단순한 투자 수단의 변화가 아닌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라며, "특히 MZ세대의 투자 트렌드와 맞물려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코스콤 'STO 플랫폼' 출격 초읽기...대형증권사들 줄줄이 합류

이러한 시대 트렌드에 맞춰 코스콤은 STO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불공정거래 감시 기능, 투자자 본인인증 시스템 등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창현 코스콤 사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STO 사업은 미래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사장 직속으로 'STO사업추진 TF부'를 신설하고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콤은 이미 키움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BNK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소형 증권사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STO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 플랫폼'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콤이 구상 중인 STO 플랫폼은 단순한 거래 시스템을 넘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 글로벌 금융사들도 주목하는 한국의 STO 시장

한편, 국내 STO 시장을 향한 글로벌 금융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STO 법제화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국내 금융사들과 협력 방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영역에서도 STO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최근 토큰증권 발행·유통 서비스 '프로젝트 펄스'의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증권 발행·유통 방식을 혁신하려는 시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준비하며 시장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상장 요건(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청약에서 모집하는 공모금액 30억원 이상)을 충족하는 상품이 부재해 개장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걸림돌이 하나둘 해소되면 내년에는 본격적인 STO 시장 출범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규제 장벽' 전면 재검토...샌드박스 혁신 임박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된 조각투자 상품은 부동산, 미술품, 한우, 음악 저작권 등 4종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적재산권, 인프라 시설, 스포츠 구단 지분 등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샌드박스 는 새로운 기술,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할 때 기존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하여 혁신을 촉진하고 기업이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신속히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올해 STO 관련 샌드박스 지정 사례는 지역화폐인 제로페이와 복합결제가 가능한 금융플랫폼 '머니트리'를 운영하고 있는 갤럭시아머니트리 단 1건에 그쳤으며, 다수의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 좌절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내년 4월에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루센트블록과 펀블의 샌드박스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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