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영향 있지만,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기후에너지 앞길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축소나 폐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기후 정책 역시 현재의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 정치와 언론의 역할 컨퍼런스'에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에 머리를 맞댔다.
◆ '사기'라고 하던 IRA...트럼프 2기에서 진짜 없어지나
대선 때부터 IRA를 없애겠다고 공표해온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는 IRA를 '역사상 최대 증세'라면서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이라고 표현하며, 재집권 시 법안을 폐지하고 남은 예산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강경한 모습이다. 머스크는 "국제개발금융공사의 '기후 다변화 국장'은 가짜 일자리"라며 "기후변화 대응을 돕는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IRA의 경우 공화당이 수혜를 받고 있다. 공화당은 원유나 가스 등 미국 내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를 지지하고 있지만 IRA에 따른 투자와 일자리가 공화당 지역구에 집중됐다. 이에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달랐다. 환경단체는 트럼프 정책을 비판하면서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규제 완화는 환경파괴라고 지적하는 반면 산업 무역단체 등은 연료 수출 확대는 경재력 강화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에너지 수입 관세 위협은 부정적으로 봤다.
◆ "기후, 후퇴는 없지만 속도는 줄 듯...정치, 좌우 넘어선 화합 중요"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인 IRA가 후퇴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후위기에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사회가 아닌, 좌우를 넘어선 화합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사무총장은 "환경문제는 경제문제에서 발생하는 분배와 계급 투쟁과는 다르다"며 "좌우를 넘어선 생활세계의 정치를 필요로 한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쌍방의 소통과 공론장이 필요하다. 평범한 듯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것들"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애써 기후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피하려고 해도 (전 세계의) 방향이 그렇게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기후를 후순위로 밀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위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트럼프 시기를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후 정책의) 큰 방향은 뒤집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정책을 후퇴시키는 방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IRA는 폐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려고 하는데 재생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승 고려대 교수는 변화의 시기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는 기후에너지 중 '기후'에 방점이 찍혔다면 트럼프 시대에는 '에너지'가 강조될 것"이라고 했다. 시각이 달라지면서 강조점도 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승 교수는 "정책이 바뀌면 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은 휘발성이 높지만 실제 투입된 에너지 기술과 산업 부분 투자금 규모만 2년 동안 50조원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엑손모빌 등도 수십조원 단위로 투자하고 있다"며 "수소 등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왔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트럼프 2기는 1기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2기는 여전한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지만 훨씬 더 위험하다"며 "경쟁 세력을 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전환 추세는 되돌릴수 없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민주당도 2년 후 중간 선거를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대담한 도전이라고 할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일 수 없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닌 '아래에서 위'인 보텀업(bottom up)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를 거치면서 세계가 달라졌다"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는 정부가 주도를 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한국 모두 마찬가지지만, 정부에서 동력이 꺼졌을 때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2026년 열리는 미국 중간 선거에서는 트럼프의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태가 기후위기와 맞물려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