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콘텐츠 전성시대…넷플릭스, 흑백요리사·오징어게임으로 주도권
티빙, 작년 '몸값' 등 흥행했으나 올해는 콘텐츠 흥행 성과 미미
웨이브 전환사채 해결로 티빙·웨이브 합병 가속화...시너지 주목
CJ ENM과 SK스퀘어의 전략적 투자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례없는 한류 열풍 속, 미국 OTT 기업 넷플릭스가 잡은 K콘텐츠 주도권을 몸집을 불리려는 토종 OTT가 가져올 수 있을까. / CJ EMN
CJ ENM과 SK스퀘어의 전략적 투자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례없는 한류 열풍 속, 미국 OTT 기업 넷플릭스가 잡은 K콘텐츠 주도권을 몸집을 불리려는 토종 OTT가 가져올 수 있을까. / CJ EMN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CJ ENM과 SK스퀘어의 전략적 투자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례없는 한류 열풍 속, 미국 OTT 기업 넷플릭스가 잡은 K-콘텐츠 주도권을 몸집을 불리려는 토종 OTT가 가져올 수 있을까.

4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성공으로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 흑백요리사가 첫 공개된 9월 넷플릭스의 월간앱이용자수(MAU)는 1166만명으로 8월(1121만명)보다 4% 늘었다. 11월은 1159만명을 확보해 1100만명 선을 유지 중이다.

넷플릭스는 MAU가 1월 1281만명에서 6월 1096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국내 소비자 락인이 풀리던 상황이었으나 자체 콘텐츠를 성공시켜 난관을 돌파했다. 국내 OTT의 구독자 증가세가 둔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할 만한 수치다.

높은 퀄리티의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빛났다. 흑백요리사가 넷플릭스 코리아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3주 연속 1위를 수성한 것이다. 자사 최고 흥행작 '오징어게임'의 두번째 시즌은 12월 26일 글로벌 공개를 예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앱을 접속하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감소해도 월간 카드 결제금액은 큰 변화가 없는 양상을 보여왔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촘촘한 타임라인이 계속 구독할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의 MAU는 10월 각각 800만명, 420만명이었으나, 11월엔 730만명, 424만명으로 집계됐다. 합산하면 1220만명에서 1154만명으로 감소한 셈이다.

티빙이 구매한 프로야구 스포츠 중계권의 시즌이 끝나면서 MAU가 가파르게 빠진 탓이 크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난해 티빙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파라마운트+ 등 한국 콘텐츠의 수급을 원하는 해외 OTT와 계약을 맺고 '몸값' '이재, 곧 죽습니다'를 흥행시켰다. 올해는 흑백요리사와 비슷한 시기 방영된 '손해 보기 싫어서'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다만 tvN과 공동기획, 제작해 부담을 분담했다. 

10-11월 국내 주요 OTT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10-11월 국내 주요 OTT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넷플리스와 토종 OTT의 자체 콘텐츠 제작 규모는 차이가 크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연평균 8250억원이 K-콘텐츠에 수혈되는 것이다. 티빙의 연간 제작비는 1500억원 내외이며, 웨이브의 콘텐츠 원가는 2100억원 수준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다. 한국 콘텐츠의 흥행력과 수익성이 높아지며 2022년 기준 넷플릭스 전 세계 회원의 60%가 1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제작비의 50배 규모다. 

이에 대해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 교수는 “티빙과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단 TV 방송 독점 스트리밍에 더 주력하고 있다”라며 “콘텐츠 제작 측면에선 막대한 자본과 노하우를 보유한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도 "자금력과 콘텐츠가 부족한 국내 OTT들은 스포츠 독점 중계권에 집중해 이용자를 끌어들이거나,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예능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경영상 어려움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화를 꾀한 것이지만 넷플릭스를 추월할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자체 제작 콘텐츠 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 로고. / 로이터 연합뉴스.
넷플릭스 로고. / 로이터 연합뉴스.

국내 OTT사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전에 넷플릭스의 홈그라운드 침범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티빙과 웨이브 간 통합에 가장 걸림돌이었던 웨이브의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티빙 대주주 CJ ENM과 웨이브 대주주 SK스퀘어가 해결하면서 체급이 비슷한 토종 OTT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CJ EMN와 SK스퀘어는 지난달 27일 이번 공동투자를 통해 웨이브와 티빙의 OTT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한층 높이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표명했다.

CJ ENM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웨이브가 보유한 지상파 3사의 지적 재산권(IP)이 결합되면 풍부한 콘텐츠 라인업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 OTT 브랜드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티빙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할 거라는 관측이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최종 통합까지는 추가적인 절차가 남았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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