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노리던 유통업계도 '고심'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면세·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 30분께 선포했던 비상계엄은 다음 날인 4일 새벽 약 2시간 반 만에 해제됐지만, 국민들의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연말 수요 잡기에 돌입했던 면세·유통업계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5.2원 오른 1418.1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전 11시 28분 기준 1414.8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44원까지 치솟았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환율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였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3.87원에 거래됐다.
달러를 기준으로 상품을 거래하는 면세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고환율 상황이 반가울 수 없다. 환율이 오르면 면세 상품 자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출도 고스란히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 면세업계는 최악의 불황을 맞이했다고 평가될 만큼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면세점 매출 대부분을 견인했던 중국 관광객의 구매력 감소와 세계적인 소비침체, 고환율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일제히 비상경영을 선언했으며, 고강도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였다. 연말 마지막 여행 수요를 잡기에 집중했던 면세업계는 이번 사태로 또 한 번 골머리를 앓게 됐다.
소비자들의 사회적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여행과 소비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미국,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을 '여행위험 국가'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 또한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 송년회 등 연말 대목을 노리던 유통업계 또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날 오전 전략실 주재 그룹 긴급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쿠팡 등 기업들도 이날 새벽 상황을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계엄 선포 해제 이후 배달, 택배, 물류 서비스 등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말 최대 행사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탄핵 정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회 전반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물가 장기화와 내수부진으로 일년 내내 어려움을 겪은 유통업계가 4분기 연말 특수마저 놓치게 될 상황에 놓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서도 이번 사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지는 아직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sum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