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연트럴파크 사례처럼 지역 상권 살릴 수 있지만 단점도 명확
막대한 공사비·공사로 승객 불편·지역 양극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철도지하화 사업 대상의 이달말 선정을 앞두고 사업에 뛰어든 서울, 부산, 인천, 대전, 경기 등 5개 지자체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철도를 땅 밑으로 내리는 일은 장단점과 명암이 확실해 지자체의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철도지하화는 철도 노선을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을 개발해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퀸텀점프(Quantum Jump, 단기간 내 비약적 성장)를 이뤄내는 작업이다.
수십 년간 선거 공약이었으나 올해 타임라인이 처음 나왔다. 지하화 공사와 상부 개발을 연계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우회할 수 있게 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국토부에 사업을 제안한 지자체는 5곳이다. 서울특별시 경부선(연계노선 포함 34.7km)과 경원선(32.9km), 부산광역시 경부선(11.7km), 인천광역시·경기도 합동 경인선(22.6km), 대전광역시 대전조차장 및 대전역, 경기도 경부선(12.4km)과 안산선(5.1km) 등이 후보에 올랐다.
국토교통부의 전담 부서인 철도지하화통합개발기획단은 개발 선도사업 구간을 선정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지자체는 철도지하화 이유로 '철도로 단절된 지역 발전'과 '주민 편익'을 꼽는다. 지상 철도로 인해 도시 공간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도시의 연결성이 저하되고 지역 발전에 제약이 생겼으며, 철도 운행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주거환경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면 2016년 마무리 된 '연트럴파크' 사례처럼 침체됐던 지역 상권까지 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철도지하화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연트럴파크’는 총 연장 6.3km, 폭 10~60m의 선형 공원으로, 2005년 이 지역에 있던 지상철도 용산선이 지하화되며 생겨났다. 2015년 6월 개장함과 동시에 젊은 층으로부터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는데 이 상권 부동산 중 한곳은 2009년 10억원 대에 거래되다가 상권이 무르익은 2018년 40억원 대에 거래되는 등 10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남권부터 동부권까지 68km의 구간을 제2의 연트럴파크로 만들고자 한다. 부산시는 부산진역~부산역 구간에 시민을 위한 공간과 체육시설을, 대전시는 대전역과 조차장 역사에 주차타워를 설치하고자 한다. 인천시는 인천역~부개역에 신혼부부 주거시설, 공원, 상업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며, 경기도는 역곡역~송내역 등에 복합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큰 경제적 이점을 낳는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교통'보다는 '개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정세정위원장인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대체로 선거 전후의 공약으로 출발해 그 실현까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적 편익은 충분치 않아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이 낭비되는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 철로 1km 건설에는 4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드는데, 한국 국토 대부분은 화강암 지대이기 때문에 공사비가 배로 뛸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의 철도지하화 사업비용은 45조원, 부산시의 사업비용은 3조6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상 구간을 단순히 지하로 옮기는 사업이므로 교통 편익은 적은 반면, 건설 과정에서 철도 시설 이용은 어려워질 수 있다.
8월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한 '도로 및 철도 지하화 : 국토 가치의 혁신과 도전' 포럼에서 강갑생 교통전문기자는 “과연 안전하게 공사가 가능할 것인지,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줄 우려는 없는지 적극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라며 철도지하화로 인한 이해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지하화는 보편적 인프라가 아닌 선택적 인프라”라고 하면서 “지하로 개발할 때는 더욱 긴 호흡으로 전체적인 도시의 구조를 생각하면서 도로와 철도의 구간을 설정해야 한다. 국토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지자체들은 지역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철도지하화 사업은 비용을 지상 공간 개발이익으로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충분한 개발이익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철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미 철도가 있는 곳의 지하화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송천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7월 '철도지하화 정책토론회'에서 "우리 지역에는 철도 자체가 없는데 멀쩡히 있는 철도를 지하화하는데 돈(국비)을 쓴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