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송상섭 기자] 참으로 시절이 수상타, 어수선하다 못해 총체적 난국이란 말도 흘러간 옛 가요 가사처럼 새롭지 않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엔 넘쳐나는 요란한 구호나 슬로건이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우선 각 정당들의 브리핑룸 백드롭(배경막)을 보면 각양각색의 구호들이 넘쳐난다. 수시로 바뀌는 현란한 문구들이 그럴싸 해 보이지만, 지켜질 수 없는 정치적 '레토릭'이거나 일회성 광고 카피 정도에 불과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때론 분노를 자아내기도 하고, 반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현안 이슈들에 따라 다양한 글꼴로 국민들에게 비쳐진다.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보이기도 하지만, 보는 이의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선 뻔뻔하기 그지없고 진실을 호도하는 내로남불식 비겁한 변명으로 투영되기도 한다.
최근 각 정당들의 백드롭 구호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를 특검 하라'와 '변화와 쇄신 멈추지 않고 해내겠습니다'는 국민의힘 구호가 있다. 이에 질세라 '검찰 해체 윤석열 탄핵'의 조국 혁신당과 '대통령님! 자존심보다 국민 생명이 우선입니다'의 개혁신당의 주장들이 화려한 폰트로 씌어 있다. 진보당 등 다른 정당들도 비슷하다.
또한 원내·원외 대변인들의 언행은 천박·경솔·미숙함 등, 그 자체에서 품격이나 지식의 향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어설픈 수준의 말의 성찬들이 있을 뿐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의 예를 보면 국가 기관이나 정당들도 프레스실에서 그 어떤 구호도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국기와 정당 표시물 등의 상징물만 놓여 있을 뿐이다. 정당들이 광고대행사들은 아닐진대 왜 미사여구로 포장한 문구나 슬로건으로 혹세무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 행위들로 민심이 바뀌고 정당지지율이 상승하는 게 절대 아니란 걸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정치적 상호공방에 실익이 없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한 것을 말이다.
또한 전국 방방곡곡의 플래카드(현수막)등을 쳐다보면 목불인견이 따로 없다. 시군구 의원들과 국회의원들의 치적쌓기용 현수막 문구들을 보면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얼토당토않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예산확보'와 '명절인사' 특히 지자체 단체장들의 '취임 2주년 인사' '수능시험 수험생 격려' 등과 함께 단체장들의 성함이 버젓이 기재돼 있다. 시군 홍보와는 무관한 혈세낭비가 분명하다.
지금도 전국의 도심과 시골 동네까지 막말과 저급한 비방글로 정치적도를 한 참 넘은 현수막들이 곳곳에 도배돼 있다. 요지경 세상이다.
한편 선거철만 되면 도심의 스크램블 스퀘어(대형 교차로) 주변 대형건물에 '듣보잡 인물'들의 대형 펼침막이 예비후보란 타이틀을 달고 몇 달씩 흉물스럽게 걸린다. 시선 쏠림으로 교통사고 및 체증을 가져오는 주 원인이기도 한다.
이는 선진 민주국가에선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낙후한 선거 방식이다. 정당들은 이와 관련된 선거 법령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한심한 작태다.
이밖에도 각종 행사장이나 시위현장에서 수많은 플래카드와 손 팻말의 등장, 스피커 차량의 소음 공해와 더불어 시각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작금에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경기침체는 물론 정쟁으로 얼룩진 국정 난맥으로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이럴 때 난무하는 구호들과 정치인들의 궁색한 변명과 자가당착식 주장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 세상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Al 시대 국민들의 정보 습득 역랑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무릇 정치는 진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달라면서 보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후안무치한 구호들로 심각한 민생고에 지친 국민들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된다.
진실은 땅에 묻어도 자라는 법이다. 마키아벨리는 "모든 진실의 아버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 난세에도 추운 겨울은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다.
송상섭 기자 anews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