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가현문화재단 120억 기부…주주 손해 주장
한미약품 측 “공익재단 위협 행위 용납 불가”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측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지난 13일 송영숙 회장과 박재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한 대표는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된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지난 2002년 4월 가현문화재단을 설립한 이후 2020년 2월까지 이사장직을 맡았다. 현재는 가현문화재단 산하 한미사진미술관 관장직을 맡고 있다.
특히 한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지위에 있는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같은 기부 행위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로서 엄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은 지난 3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아닌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에 한미약품 측은 “한미약품그룹의 명운을 가를 임시주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결권 행사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재단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고발부터 하는 행태에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게 된다”고 즉각 반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를 고발했다 하니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먼 욕심 앞에서 비정함도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유일무이한 사진전문 미술관을 운영해온 가현문화재단은 최근 정부의 허가에 따라 삼청동에 ‘뮤지엄한미’를 개관했으며 개관에 필요한 건축비 등을 한미약품그룹 기부를 통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뮤지엄한미는 전세계 사진미술관들과의 협력, 교류를 통해 한국 사진예술을 널리 알리고 있으며 이 같은 공로로 송 회장은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가현문화재단은 독립적 이사회를 통해 운영되는 공익재단으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모든 중요한 업무 처리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진행된다”며 “독립성이 핵심인 공익재단을 위협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형제는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