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카드 수수료 인하 가능성도...업계 '겹악재'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의 문턱을 높아지면서 그 수요가 카드론을 비롯한 2금융권에 쏠리자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카드업계 대출 규제에 칼을 빼들었다.
이에 따라 카드론 확대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던 카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본업인 신용카드 사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카드론 등, 대출을 통한 수익 창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10월 중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9월 대비 3조9000억원이 증가했지만, 증가폭(+5조6000억원)은 눈에 띄게 줄었다. 8월 증가폭인 9조2000억원과 비교해선 무려 5조300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앞서 지난 9월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한도를 줄이는 것을 비롯해 대출에 빗장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대출이 줄어든 대신 가계대출은 2금융권에 몰리며 2조7000억원이 늘었다. 그 중 카드업계가 포함된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가 9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여전사의 9월 가계대출이 8월 대비 4000억원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결과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에만 적용했던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2금융권으로 확대, 상호금융권과 카드사에게도 연간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마련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 해 대출 총량을 규제함으로써 2금융권의 대출 증가를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신차 구입에 대한 특별한도 역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할부 대출로 발생하는 수익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별한도 병원비나 경조사 등의 이유로 갑작스런 지출 확대에 연소득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제도다.
대부분의 신용카드사들은 자동차 카드 할부와 관련해 연소득을 고려해 임시로 최장 할부 60개월에 최대 1억원에 달하는 특별한도를 부여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신차 구매 시 연 소득의 최대 3배까지 부여되는 특별한도를 이용한 카드사의 할부 영업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 카드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사업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그 돌파구로 카드론을 비롯한 대출 사업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BC·롯데·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40조원을 넘어서더니 지난 8월에는 42조원에 육박했다. 금융당국의 개입에 9월 다소 주춤했지만, 10월이 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더욱이 이번 규제로 인해 카드사들은 본업인 카드 수수료 부문에서도 이제 실적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올해 카드 가맹점 적격비용 산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는 지난 2012년부터 3년에 한번씩 꾸준히 인하돼 왔다. 지난 2012년 1.5~2.12% 수준이던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특히 카드 가맹점의 90% 이상이 몰려있는 연매출 10억원 미만 중소 및 영세 가맹점의 경우 최대 1.25%의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카드 매출의 1.3%를 세액공제 받고 있는 만큼, 사실상의 수수료 부담은 없다는 게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국내 카드사업이 신용판매 대신 대출 순익에 기대는 기형적인 수익구조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12년 간 4차례 줄어들면서 이제는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더욱이 올해 수수료 인하 가능성이 큰 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대출 규제는 카드사의 마지막 수익 수단을 끊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 "올해 카드사가 경기침체 및 업황 악화 속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비용을 줄이고 대출을 늘려왔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