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수익성 악화로 포항2공장 폐쇄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올해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최근 화재사고와 노조와의 임금협상 결렬 등으로 이중고에 빠졌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업계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화재사고와 노조 리스크의 부담에 시름이 깊어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전방 산업 활성화에 나섰고 그동안 중국산 저가 물량으로 수익성이 악회됐지만 앞으로 유입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서다.
포스코는 대표 교섭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과 지난 12일과 13일에 임금협상 관련해 실무진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는 실무진 교섭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노조는 교섭이 결렬되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고 조정에 실패하면 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 노조는 파업에 대비해 지난 7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과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해 의견 차가 있었다.
이와 더불어 포스코는 업황 부진, 중국산 저가 공세, '엔저'에 따른 일본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3중고를 겪고 있다. 포스코의 올해 3분기 매출은 9조4790억원,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각각 2.0%, 39.8%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 실적도 올해 3분기 매출은 연결 기준 18조321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영업이익은 74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8.3% 감소, 순이익은 4970억원으로 9.1% 감소했다.
아울러 포스코는 지난 10일 발생한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 폭발·화재 사고의 손실도 크다. 강한 폭발사고로 직원 1명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사고 지점인 3파이넥스공장 용융로와 풍구를 중심으로 기계 결함이나 작업자 과실 여부, 범죄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포스코 측은 화재 조사를 거쳐 시설을 복구한 뒤 조업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3·4고로(용광로) 가동에 여유가 있어 쇳물을 생산하는 데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 봤다.
포스코 관계자는 "설비 가동에는 얼마나 걸릴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짧게는 수일 안에 정비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기존 고로 생산물량이 있어서 철강재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예상보다 피해가 크고 조업 정상화가 늦어지면 철강 생산과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에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개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철강불황의 장기화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제강시설인 경북 포항 제2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임직원들에게 이를 알렸다.
이번 폐쇄하기로 한 공장은 제강 100만톤, 압연 70만톤의 생산 규모를 갖고 있다. 이는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약 3%에 해당한다. 포항공장은 다양한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철강업황 악화로 지난해부터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노사협의회를 열어 인력 전환 배치와 폐쇄 시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효율적인 생산 운영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고 노사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이 공장 폐쇄를 결정한 건 지속적인 감산에도 불황 탈출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4% 떨어진 515억원으로, 2분기 실적(980억원)을 밑돌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노조 측과의 갈등도 겪고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달 12일 상견례 이후 총 12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5일 출정식을 갖고 총파업을 단행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주장하며 올해 기본금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철강사들이 지속되는 불황에도 생산량을 줄이면서 버텨왔지만 노조갈등과 파업, 각종 사건사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tadkim@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