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리스크 장기화로 신용등급 강등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글로벌 통화정책이 완화로 돌아서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부동산PF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증권사들이 다시금 부동산PF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금리 인하로 증권사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데다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부동산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증권가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신평사는 부동산 업황이 부진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9월 금리를 50bp 인하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증권사들이 부동산PF 시장에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금리 인하로 이자 비용이 줄어든 것과 달리 시장엔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IB부문 부동산 PF 신규 거래를 늘리면서, 충당금 반영으로 인한 실적 우려를 잠재운 바 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모펀드를 조성, 부동산 PF로 인한 올해 수수료수익만 44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부터 다시 부동산 PF 비중을 늘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수도권을 비롯해 입지가 좋은 지역 지역에서 적정수준의 LTV를 기준으로 PF 딜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는 IB부문 부동산PF 확대로 이익을 얻은 증권사들이 등장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반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업황 변동성에 따른 신용등급 우려을 내놓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IB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실제로 PF 사업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증권사가 많아졌다"면서,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올초부터 적극적인 PF 투자에 나서고 있어 IB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IB와 트레이딩 부문의 선전을 예상한다"며, "PF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며, 지속되는 PF영업으로 채무보증 규모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2분기 기준 채무보증비율과 조정 유동성 비율은 안정권에 위치해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부동산PF 시장에 자신감을 보이RH 있다. 하지만 비종투사나 중소형 증권사는 여전히 부동산PF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다.
앞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지난 2020년 이후 브릿지론, 중·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투자를 빠르게 늘리면서 높은 수익을 얻었지만, 2023년 갑작스러운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실제로 28일 실적을 발표한 IM증권은 올해 3분기 116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동기간 매출액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16.5% 감소한 1604억원, 영업이익은 163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IM증권은 지난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123억원, 당기순손실 81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으며 좀처럼 손실액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IM증권은 부동산PF으로 인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여파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에도 우발채무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6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4453억원으로 자기자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자본적정성의 핵심 지표인 순자본비율(NCR)도 동 시기 기준 222.7%를 기록해 기업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등급을 조정하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부동산PF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진 BNK증권·IBK증권·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IM증권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신평은 "특히 비종투사가 종투사 대비 고위험 PF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비종투사의 자기자본 대비 추가 적립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종투사는 부동산금융 수수료수익이 줄어들면서 총수수료수익도 크게 감소했다.
아울러 나신평은 중소형 증권사뿐 아니라, 부동산PF 확대로 익스포저 위험이 높은 대형 증권사의 신용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부동산PF로 그동안 높은 수익을 올린 메리츠증권은 기업 고금리 대출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면서 실적 악화를 면했지만, 2000억원 가량의 부동산PF 관련 채무가 잔존,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않은 신탁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나신평은 "중소형사의 경우 한때 전체 수수료수익 중 45% 내외를 차지했던 부동산금융이 2023년 25% 내외로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고, 대형사 역시 부동산금융의 위축으로 인해 수익성 저하가 나타났다"면서, "일부 대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크게 성장했지만 등급 수준에 맞는 수익창출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박영선 기자 pys71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