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국 '러닝 열풍' 확대...관련 스포츠브랜드 호조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 매년 성장...작년 3조 돌파
골프·테니스 이후 맨몸운동 '러닝' 각광...고물가 기조 영향
러닝화에 집중하는 2030...프리미엄·신규 브랜드 인기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입장하려면 웨이팅 하셔야 됩니다. 앞에 번호 입력하고 순차적으로 들어오세요."

웨이팅 열기로 마치 '백화점 명품관'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롯데 복합몰 타임빌라스에 위치한 러닝 전문 브랜드 '호카(HOKA)' 매장이다. 단순히 구경을 위해 방문한 주말 오전 호카 매장은 앞에 11팀 대기를 기다린 뒤에나 들어갈 수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하남점 나이키 라이즈 매장 /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하남점 나이키 라이즈 매장 / 신세계백화점 제공

최근 2030 사이 '러닝 열풍'이 거세다. 전국에서 '러닝족'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스포츠브랜드·유통업계도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골프나 테니스에 비해 상품 단가는 낮지만, 프리미엄 라인의 러닝화, 러닝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스포츠 브랜드관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앞서 방문한 호카는 러닝화, 하이킹화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10만원 후반부터 40만원대까지 결코 '만만치는 않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오전부터 긴 웨이팅을 형성할 정도로 2030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9월 러닝화가 포함된 '스포츠 슈즈' 장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5% 대폭 성장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스포츠 슈즈 매출도 각각 20%, 76%가량 증가했다.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7월부터 최근 3개월간 러닝화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그재그 또한 최근 한달(9월23일~10월6일) 2주간 러닝화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52% 늘었다. 

러닝족이 늘어남에 따라 실제로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 중이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7761억원, 2022년 3조1289억원, 2023년 3조4150억원을 기록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중 러닝화 비중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 갤럽은 1년간 조깅·달리기를 경험한 비율이 2021년 23%, 2022년 27%에서 2023년 32%로 늘고 있다는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골프에 이어 테니스가 쓸고 간 '스포츠 트렌드'가 러닝으로 완전히 전환된 분위기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운동 도구가 따로 필요 없는 러닝이 주목을 받았다. 별다른 용품이 없는 만큼, 러닝화에 투자하려는 소비 경향이 짙어지면서 프리미엄 러닝화 브랜드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신진 브랜드가 눈에 띄게 성장하게 됐다.     

호카 홈페이지 캡처
호카 홈페이지 캡처

대표적으로 호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4% 증가한 5억3300만 달러(한화 7203억원)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On)'은 지난해보다 29% 증가한 5억6000만 달러(한화 7728억원)를 기록했다. '발 편한 운동화'로 정평 난 스케쳐스는 올해 8월까지 약 225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목표 대비 달성률 110% 넘긴 수치다. 스케쳐스코리아는 2021년부터 연평균 30%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본격적인 가을 성수기를 맞이해 스포츠·유통업체들은 러닝족을 잡기 위한 리뉴얼 및 각종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하남점은 지난 1일 기존 나이키 매장을 '나이키 라이즈' 매장으로 새 단장 오픈했다. 기존 나이키 매장을 3.5배로 키운 160평(약 530㎡) 면적에, 기존에 없었던 러닝과 트레이닝 카테고리 상품을 대폭 들여온 것이 특징이다. 또 최근 여성 러너가 늘어난 것을 반영해 전체의 57%를 우먼스(여성) 품목으로 채웠다. 신세계는 이로써 하남점 나이키의 여성 매출 비중이 기존 35~45% 수준에서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신세계와 김해점에는 각각 뉴발란스 초대형 규모 매장인 메가샵이 오픈한다. 기존 매장보다 3~3.5배 몸집을 키웠다. 특히 신세계광주 뉴발란스 메가샵은 약 102평 규모 '러닝 특화 매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오는 18일 오픈을 앞뒀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6일 '2024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를 성료했다. 총 1만 3000여명의 참가자가 크로커다일레이디 기능성 스포츠웨어 상하의를 착장하고 뛰었다. 

패션그룹형지 제공
패션그룹형지 제공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이달 31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여의도 한강 공원 여의롤장에서 러너들을 위한 '특별 클래스'를 진행한다. 안전한 러닝을 위한 밴드운동부터 보강운동, 파틀렉 훈련(다양한 속도와 지면에서 달리는 운동법), 인터벌 훈련(강한 강도와 약한 강도를 교대로 수행하는 운동법) 등 장거리 마라톤에 대비하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프코어(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으로 입는 것)와 블록코어(축구 유니폼에 영감을 받은 패션)에 이어, 러닝복과 러닝 용품을 패션에 활용하는 '러닝코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라며 "올해 러닝 의류와 슈즈를 중심으로 스포츠 매출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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