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들어 23곳 부도' 장기침체 빠진 지방 건설업…'지방소멸' 가속화
"수도권 집중 완화 위한 전면적 정책변화 필요"…정부·지자체도 대책마련 분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 분양 물량 확대로 미분양 물량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한스경제 DB)
부동산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 분양 물량 확대로 미분양 물량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건설현장 모습. /한스경제DB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침체된 건설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훈풍이 기대되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분양 주택은 점점 쌓이는 가운데 첫 삽을 뜨지 못하는가 하면 심지어 사업이 취소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방 소멸 위기에 따른 '수도권 집중 완화'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지방에 대한 세제 혜택과 공급 제한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2023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1%가 거주하고 있다. 1970년 28.7%였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불과 50여년 만에 21.3%포인트(p) 늘어난 셈이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연간 국내인구이동'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호남권과 영남권 인구는 각각 1만5000명, 4만7000명씩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는 2017년(1만6000명) 순유입으로 전환된 뒤 순유입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0년 8만8000명의 순유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이 맞물리면서 '지방 소멸'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수도권이 비대해지면서 역대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 왔는데, 정책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수도권 일극주의'는 공고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3일 발표한 '2024년 9월 건설경기실사 실적·전망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83.8, 지방은 77.0으로 6.8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CBSI는 지수값이 100을 넘으면 건설 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을 넘지 못하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지방 기업들이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모두 2821가구로 7월(2900가구)에 비해 2.7% 감소했다. 지방에선 1만3640가구로 7월(1만3138가구)보다 3.8% 증가했다.

지방 주택 경기 불황으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부도난 건설 업체는 23곳이다. 부산이 5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3곳 △광주·전남·경북·경남 각각 2곳 △대구·울산·강원·충남·전북·제주 각각 1곳 등 수도권(서울·경기)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에 집중돼 있다.

강원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자금난 등을 이유로 공사가 중단된 두산연수원을 포함해 공사 중단 사업이 41곳에 이른다. 울산의 경우 2022년부터 올해까지 76건의 주택 건설 사업 승인이 이뤄졌지만, 착공은 17건에 그쳤다. 올해는 착공 사업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각 지자체 역시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부터 미분양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에 한해 미분양이 해소될 때까지 주택 건설 착공을 늦추거나 신규 주택 승인을 제한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토지임대 분양 주택 및 청년 원가 주택 등 '공공분양주택' 3000가구와 통합 공공임대 및 기존 주택 매입 임대 사업 등 '공공임대주택' 4000가구 등 총 7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공공주택을 늘리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도권 집중 완화가 국가적 이슈"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활성화에 책임 있는 공공기관인데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근시안적 대처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큰 틀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전면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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