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지정 이후 2년만의 성과
지수 내 한국 비중 2.22%로 9번째...자금 유입 최대 87조원 추정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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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영선 기자]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스체인지(FTSE) 러셀에서 우리나라 세계 국채지수(WGBI)편입이 결정된 가운데, 증권가는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막대한 내외 자금 유입으로 국채 시장이 초장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8일(현지시간) FTSE가 우리나라의 WGBI 편입을 결정했다. WGBI는 주요 연기금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지수로,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 지수(BBGA)와 JP모건 신흥국 지수(GBI-EM)과 함께 세계 3대 채권 지수로 꼽힌다. 

편입될 시 자금이 유입돼 국채 시장 내에서 자국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으며, FTSE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1월부터 분기마다 점진적으로 실제 편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WGBI 편입 기준으로는 △전체 국채 발행 잔액이 500억달러 이상 △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 △시장 접근성 레벨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시장 접근성 레벨 기준에 미 충족 돼 편입에 실패했지만, 지난 7월 외환시장 구조개선안 등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면서 편입 요건에 가까워졌다. 

이번 WGBI 지수 편입은 우리나라가 지난 2022년 9월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이후 2년만에 이룬 성과다. 우리나라는 미국(40.4%)·일본(10.2%)·중국(9.7%)·프랑스(6.7%)·이탈리아(6.0%) 등에 이어 2.2% 정도의 비중을 차지, 지수에 편입된 26개국 중 9번째 규모에 속한다. 

시장은 우리나라의 WGBI 편입이 채권 시장에서 큰 서프라이즈로 보고 있다. 편입 여부를 떠나 시장 접근성 상향 조정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만큼 향후 국내 채권 시장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증권가는 WGBI 편입으로 인해 국내에 유입될 신규 자금이 72조6000억원에서 8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WGBI를 추종하는 전세계 자금이 2조5000억~3조 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지수 내 우리나라의 비중인 2.22%를 채우기 위해 국채를 신규로 매수해야 한다. 따라서 분기마다 균등하게 유입된다는 발표에 따라 월별로 6조에서 7조 가량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풀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국고채 잔고 순 증가금액이 17조7000억원, 지수 편입으로 인한 추가 유입 가능 금액이 57조5000억원이다"면서 "이에 따라 전체 국고채 시장 내 외국인 비중도 30.2%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실질적으로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유입되는 시기는 내년 11월 이후로 WGBI를 기대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에는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국내외 투자자의 단기간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 외국인들의 대규모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할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은 내년 11월 이후 유입되겠지만, 액티브 자금은 그전부터 유입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해 기재부도 내년 국채 발행 시 상반기 발행 비중을 올해보다 줄이고 하반기에 더 발행하는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으로 '25년 3월 이후 약 2년에 걸쳐 74조원에서 88조원 가량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되며, 올해 대비 내년 법인 세수 여견이 긍정적일 전망으로 채권 시장 수급 우려는 사실상 일몰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번 WGBI 발표가 금통위를 바로 앞두고 이루어진 만큼 금리 인하 결정에도 지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시장발표 직전까지 내년 3월을 유력한 편입 시기로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장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서프라이즈 재료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우리나라의 WGBI 지수 편입에 대해 "금리가 안정돼 국민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대규모 추종 자금 유입으로 국채 시장 기반이 확충돼 안정적인 중장기 재정 운용이 가능해 질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WGBI 편입과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 만큼 이제 주식시장의 제값 받기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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