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PG사와 쇼핑 플랫폼 퇴출 예상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이커머스 성장과 함께 확대돼온 유통업계 간편결제(간편지급) 자체 '페이' 붐이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공정위 등은 이커머스 플랫폼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 등 규제를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등 법안 손질을 거듭하고 있다. 10월 이후 추가로 개정되는 전금법에서는 티몬과 같은 이커머스는 PG업에서 빠지는 대신 대규모 유통업법에서 대금 정산과 별도 관리 의무 조항 등으로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PG 등록 의무화로 인한 유통업계 페이 결제 시장 위축 우려도 가라앉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관리·감독이 PG기업 거래 규모에 비례한 자본금 규모, 부채비율 등을 통해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100여개가 넘는 PG기업 가운데 영세한 미등록 PG기업들이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과 거래한 영세 쇼핑몰과 자체 페이 운영에서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당국 잇단 전금법 개정...선불업 감독 대상 확대 이어 PG 정산금 보호·관리 강화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머지 포인트 환불 사태에 이어 최근 티메프 미정산 사태까지 이커머스 거래의 대규모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올해 5월 입법 예고에 들어가 지난달(9월) 15일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선불업) 감독 대상을 확대한 전금법 개정안 시행에 이어 9월 발표한 PG업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안을 토대로 10월 이후 다시금 전금법 개정에 들어간다.
앞선 9월15일 개정 전금법은 선불전자지급 수단 범위를 넓히고 선불업 감독 대상을 확대해 이용자 선불충전금을 보호, 제2의 머지 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추가로 전금법 개정을 예고한 PG업 제도개선안(9월9일) 내용은 ▲이커머스·백화점·프랜차이즈·여객터미널사업자 내부 정산 제외 등 PG업 범위 명확화 ▲전자지급결제대행 정산금 보호 ▲PG사 관리·감독 등 티메프 미정산 유사 사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PG업 등 규제와 관련해 전금법 개정이 올 하반기에 2차례 연달아 이뤄지면서 일선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자체 페이를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쿠팡페이(쿠페이)와 십일번가(11pay), 지마켓글로벌(스마일페이), 에스에스지닷컴(SSG페이), CJ올리브네트웍스(슈가페이), 롯데멤버스(L.pay), 인터파크트리플(인터파크페이), 우아한형제들(배민페이), 위대한상상(요기페이) 등은 전자금융업자로서 간편결제를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 같은 간편결제사는 57개가 있다.
◆ 이커머스 간편결제 운영 형태 '천차만별'...개별 대응, 당분간 규제 영향 적을 것
지난 9월15일 개정 전금법 시행으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외부 간편결제사와의 계약 체결을 위해서 PG업 등록이 필수가 되면서 유통업계 간편결제 구축 움직임도 위축될 것으로 우려돼왔다.
하지만 추가 전금법 개정을 예고한 PG업 제도개선안(9월9일)에서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PG업에서 제외돼 이 같은 우려는 많이 진정된 모습이다.
현재로서는 각 플랫폼들이 다양한 형태로 간편결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규제 범위도 일률적이지 않고 개별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쿠팡처럼 점유율이 높은 플랫폼이 아니라면 자체 페이와 함께 네이버 페이 등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자체 페이는 결제 수단으로 쓰기도 하지만 충전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선불업을 겸업하는 것이다. 전금법 개정(9월15일)으로 선불업 등록 대상 여부, 등록 면제 요건, 자가성 기준 등도 확인하는 게 중요해졌다.
전자금융업자로서 간편결제를 갖춘 유통기업들은 대부분 선불업 등록과 PG업 등록도 마친 상태다. 올해 8월 기준 전체 PG 등록 기업 159개 가운데 유통기업들도 20개 가량 된다. PG업 등록을 마친 유통업계 전자금융업자들로는 롯데쇼핑(2020년), 우아한형제들(2019년), 무신사페이먼츠(2021년), 당근페이(2021년), 야놀자(2021년) 등이 있다. 티몬은 전자금융업자로서 2016년, 위메프도 2019년에 PG업에 등록했다.
올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 규모(한국은행)는 2971만건, 9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13% 늘고 금액은 11% 확대됐다.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업자는 전자금융업자가 49.6%로 가장 많다. 특히 서비스 제공기업의 선불금 충전카드 등 출시로 선불금 기반 간편결제 이용 비중도 30% 초반대에서 2년새 33.7%까지 늘었다.
유통업계 간편결제 자체 페이 도입은 확대되고 있다. 유통, 식품·외식, 뷰티·패션 플랫폼별 페이 도입은 대세다. 자체 페이에 결제수단을 미리 등록해 빠른 결제와 적립·할인 혜택 등으로 고객 '록인 효과'를 노린 움직임이다. 자체 페이가 있으면 외부 페이나 PG기업 등에 주는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범용성을 갖춘 네이버·카카오 등의 빅테크 기업 외부 간편결제 페이와 달리 개별 플랫폼 내의 폐쇄적인 업계 자체 페이로는 CJ그룹(CJ페이, 향후 외부 적용 확대), GS리테일(GS페이), 동원그룹(동원페이), BBQ(BBQ페이), 도미노피자(도미노페이), LF(LF페이), 아모레퍼시픽(아모레페이), 번개장터(번개페이), 중고나라(중고나라페이) 등이 더 있다.
이 자체 간편결제 운영 방법은 플랫폼마다 천차만별이다. 도미노페이·요기페이·아모레페이처럼 정통 PG기업인 KG이니시스가 외부 PG사로서 제휴를 맺고 자체 페이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11번가처럼 PG사로서 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통해 간편결제 페이를 운영하기도 한다. 컬리처럼 PG사를 인수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추거나 쿠팡처럼 별도 법인(핀테크 자회사 쿠팡페이)으로 분리해 전문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개정 전금법(9월15일) 규제로 선불금 서비스를 없앤다든지 하는 식으로 플랫폼별 자체 페이 서비스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 '자본금·부채비율' 규제, 영세 PG사 정리 수순...시장 재편 가능성
관련 업계에서는 정작 티메프 사태를 부른 티몬과 같은 겸업 PG사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은 빠진 채 전업 PG사와 유통기업만 규제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본금 10억원 이상 ▲부채비율 200% 미만 PG사 등록 조건을 통해 100여개 전업 PG사들 중 영세 PG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연 정리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들과 거래하던 열악한 쇼핑 플랫폼 퇴출도 수순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플랫폼이 자체 페이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것도 없어지게 된다.
현재 PG 시장은 KG이니시스와 NHN KCP, 토스페이먼츠, 나이스페이먼츠 4사가 시장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4사를 제외한 시장 과반은 중형 PG사들과 영세 PG사로 구성돼 있는 상황이다.
규모가 큰 쇼핑 플랫폼은 외부 페이사와 계약하든 자체 페이를 운영하든 그다지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PG업을 재정의하면서 이커머스가 대규모 유통업법 규제 대상으로 빠지며 이원화됐는데 기존 정통 PG사들도 이 부분엔 동의하고 공감하는 상황"이라며 "당초 규제 사각지대였던 이커머스 플랫폼이 일으킨 사태인데 PG사 규제 강화는 방향성을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자본금, 부채비율 규제에 대해 정통 메이저 PG기업들은 이미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어 영향이 적을 것 같다"며 "영세한 전업 PG사들은 타격을 입고 전반적인 시장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영 기자 eesoa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