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출신 손준호가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대표팀 출신 손준호가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중징계를 받은 손준호(32·수원FC)가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의혹만 증폭됐다.

손준호는 11일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중국 공안이)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느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느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며 중국 측의 강압 수사로 인한 두려움에 거짓 진술을 했고, 승부조작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된 ‘20만 위안(약 3700만 원)’ 수수에 관해선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그는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진징다오에게 20만 위안을 받은 것은 시인했지만, 돈을 무슨 목적으로 받았는지 묻자 “기억나지 않는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답을 내놨다. 이어 “진징다오는 팀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했다. 적응에 도움도 줬다. 가족이 왔을 때 잘 챙겨줘 서로 선물도 하고 돈독해졌고, 서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며 “친구 사이라 돈거래가 생겼다. 조사받을 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진징다오가 축구 교실 등을 운영할 때도 제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 상식선에서 고마움의 표시로 수천만 원을 주고받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손준호는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송금한 적도 있었다. 중국 공안은 당초 손준호에게 '60∼65만 위안(약 1억3000만원) 규모의 뇌물 수수 혐의'를 제기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인 박대연 NEST 대표는 “처음 공안이 손준호를 체포할 때 60~65만 위안의 금전 이동에 관해 추궁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고, 가장 최근 입금 기록인 20만 위안을 문제 삼았다. 손준호도 진징다오에게 60만 위안 이상을 송금했다. 하지만 공안은 해당 사실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준호는 20만 위안과 65만 위안의 거금이 어떠한 이유로 오갔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억울함만 호소했다. 그는 “승리 보너스가 16만 위안(약 3000만 원)이다. 제 상식으로는 20만 위안 때문에 승부조작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손준호 측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중국 법원의 판결문을 확인하지도 못했다. 

손준호는 연봉을 국내 계좌로 받고, 각종 수당만 중국 계좌로 수령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없는 1월에 생활비 명목으로 진징다오에게 돈을 빌렸을 것이라는 추측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측이다. 손준호는 주장만 할 뿐 뒷받침할 증거는 하나도 꺼내지 못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의 징계를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통지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1일 해당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FIFA가 징계위원회에서 내용을 검토한 뒤 각국 축구협회에 징계 내용을 공유하면, 손준호는 어느 나라에서도 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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