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볼보 '2030년부터 전기차 100% 전환' 철회...토요타도 목표치 30% 감축
전 세계 전기차, 전년比 20.8% 상승...성장세 둔화는 뚜렷
"전기차 판매 둔화 일시적...전환 연기는 시장 대응 차원"
볼보자동차코리아 프리미엄 순수 전기 SUV EX3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프리미엄 순수 전기 SUV EX3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둔화)에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연이어 전기차 전환 목표를 축소하거나 연기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기업들의 움직임이 캐즘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 '전환 연기에 구조조정까지'...업계는 살얼음판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수정·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작은 볼보였다. 볼보는 "변화하는 시장에서 실용적으로 유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2030년부터 모든 모델을 전기차로만 생산한다는 목표를 포기했다. 볼보 측은 "전기차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업체들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과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목표를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GM은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을 다시 한번 미뤘고, 전기차 100만대 생산 목표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조조정까지 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다. 다만 공장 직원의 반발이 심해지고,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정리해고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는 기존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보다 30% 줄이기로 했다. 앞서 2026년까지 전기차종 10종을 새로 추가하고, 생산량을 연간 15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성장세 주춤'에도 "전기차 전환, 큰틀 벗어나지 않을 것" 

전기차 전환은 탄소중립의 일환으로,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왔다. 내연기관차가 내뿜는 탄소 배출량을 낮추고,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였다.

더구나 유럽연합(EU)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사실상 퇴출하겠다는 선언까지 나왔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 구매시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전기차 전환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캐즘 장기화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 80개국에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약 854만3000대로 전년 대비 20.8%가량 상승했다. 

수치상으로는 상승했지만, 연도별로 보면 둔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년 대비 41.2%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캐즘이 심화되며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의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캐즘 외에도 전기차 충전소 설치 부진과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한 관세 적용 등이 시장에 변수로 작용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자동차 수석분석가인 팀 어콰트는 "많은 제조업체가 현재 '전기차 전환 목표 연기'를 겪고 있다. 이는 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연기관차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던 업체들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쇼룸에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각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의무적 목표 때문에 업체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영국은 올해 신차 판매량의 22%를 무공해차량(ZEV)으로 채우라는 의무조항을 신설했다. 

어콰트는 이런 조항을 꼬집으면서 "규제기관과 제조업체 모두에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며 "모두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전기차를 사려는 고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표 철회나 축소는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업체들이 선택한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이다.

네덜란드은행 ING의 수석 경제학자 리코 루만은 "전기차 전환은 불확실성 있는 비선형적 과정"이라며 "그러나 완성차 업체는 더 압박을 받고, 시장에서는 신차 판매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전환 연기는 불확실성한 환경에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유연한 대처 방식이고 전기차 판매 둔화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향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놓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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