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건설사 임금체불 규모 50% 증가도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추석을 맞아 동반성장과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협력사에 각종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며 훈훈한 명절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다만 일부 건설사는 임직원 월급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하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급등과 임금체불,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실적 부진 상황에서도 롯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는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조기지급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7일 추석을 앞두고 1만2000여개 중소 파트너사에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납품대금을 당초 지급일보다 평균 10일 앞당겨 추석 연휴 전에 지급할 계획으로, 대금 지급액은 1조500억원 규모로, 지난해(5900억원)보다 80%가량 증가했다.
참여 계열사는 롯데케미칼, 롯데이노베이트, 코리아세븐, 롯데건설 등 31개 사다.
롯데는 협력사 간 동반성장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매해 명절 연휴 이전에 파트너사들에게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해왔다. 또 1조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파트너사들의 원활한 자금 흐름을 돕고 대기업 최초로 전 그룹사에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해 거래대금을 현금성으로 지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추석 명절에 앞서 협력회사들의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 연휴 이전에 조기 지급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당초 지급일에 비해 최대 15일 앞당겨 지급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비롯한 삼성의 주요 관계사들은 협력회사들이 계획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11년부터 물품 대금 지급 주기를 기존 월 2회에서 월 3~4회로 늘려 지급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970곳 중소협력사 거래대금 890억원을 12일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명절 상여금, 급여, 원자재 대금 등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불황과 고금리로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 해소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흥그룹도 중흥건설·토건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운용을 돕기 위해 공사대금을 12일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공사대금은 1300억원 규모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발주기관도 이들 기업의 기조에 맞춰 힘을 보탠다. 국토교통부는 소속기관 발주공사의 대금지급 기간을 최대 7일 단축하고,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조기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조달청이 지난달 26일부터 9월 6일까지 기성검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명절 전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자재·장비업체 및 현장 근로자에게 적정하게 배분됐는지 점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따뜻한 추석을 맞는 건 아니다. 최근 몇년 사이 근로자 임금, 자재·설비가격 등이 급격히 상승해 적자 건설현장이 속출했고, 이에 따라 건설사 입장에서도 자금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부 건설사들은 자금난으로 인해 조기 지급은 물론 임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금액은 1조4357억원으로, 올해 예상 임금체불 규모는 2조원이 넘을 것이 유력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임금체불이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23년은 전년도 대비 4373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 종사자의 경우 임금체불 규모가 50% 이상 증가했다.
윤 의원은 "임금체불 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설이나 추석 때만 반짝하는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방지할 수 있는 촘촘한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