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사고' 벤츠 EQE, 중고차 시장서도 '외면'
[한스경제=정영희 기자]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공포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할인을 확대하고 있다. 급감한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할인율이 20%가 넘는 수입차 모델 30개 가운데 22종이 전기차로 나타났다.
아우디는 전기차인 e-트론 55 콰트로와. e-트론 스포츠백, e-트론S 콰트로를 정상가보다 29.5%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인 RS e-트론 GT도 1억5372만원에 팔고 있는데, 이는 24.5% 할인된 가격이다.
BMW의 전기차 i7 xDrive 60은 이달부터 12.7%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iX xDrive 50 스포츠플러스도 12.9% 할인된 1억3500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하와이 호텔 숙박권을 제공한다. 내년 8월까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일렉트릭 등 전기차를 출고하는 국내 고객에게 미국 하와이에 있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HGV) 계열 호텔의 2박 숙박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측은 "HGV와의 프로모션을 통해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매력적인 혜택을 제공해 내수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EQE 화재 사고에 따른 고객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고차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전기차를 찾는 사람은 줄어들고, 팔고 싶은 사람은 늘었다.
중고차매매 업체 '엔카'에 따르면 14일 기준 등록된 벤츠 EQE 매물은 110여대인데 이 중 이달초 청라 화재 사고 이후 등록된 매물이 29%(32대)에 이르렀다. 해당 차량에는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니켈·코발트·망간(NCM) 타입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1년 중국에선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3만여대가 리콜되기도 했다.
가격 또한 급락 중이다. 사고 이전 6000만~7000만원대에 팔리던 벤츠 EQE의 중고 판매가는 최근 들어 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수요 둔화보다 더 무서운 '배터리 화재' 대란을 만난 전기차 시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8만613대라고 밝혔다. 이는 화재 사고 영향이 반영되기 전 자료로, 추후 감소세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해 전기차 제작사에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소비자에게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과충전 방지 장치가 없는 충전기에 대해선 대당 최대 500만원까지 주어졌던 예산 지급을 중단하겠단 방침을 시사했다. 일각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완충할 경우 내부 분리막에 부담을 가할 수 있어 화재 위험이 비교적 높다는 주장이 일어서다.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같은 대책이 추후 일어날지 모를 또 다른 화재를 예방하기 보단 현 상황을 빠르게 타개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진 '보여주기'식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가 자사 배터리 정보를 다 공개한 상황에서 권고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냐"며 "중국산 배터리만 위험한 것도 아닌데 무작정 배터리 원산지를 공개하는 게 화재 예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만 타개하려는 일차원적 대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 문제 해결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차가 촉발시킬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여 선제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고 발생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시설·장소별로 안전사고에 대한 행동요령을 개발하는 한편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소유주에게 배터리 화재의 특징과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대규모 참사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