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저축률 하락·투자 자산 수요 감소 우려
고령층 대상 '사적연금 자산관리·부동산 유동화·요양사업 확대' 필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축소경제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축소경제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급격하게 인구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성장사회(growth society)가 아니며 저출산·고령화가 이끄는 축소사회(shrinking society)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이런 변화는 생산가능 인구를 감소시켜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축소경제 시대에는 소비와 투자의 위축·지방의 공동화·세대갈등의 심화·저축률의 하락·투자자산 수요 감소 등의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정부와 민간의 균형있는 대응이 중요해진 가운데 금융사는 축소경제 시대에 발맞춰 인구구조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사적연금 자산관리 △부동산의 유동화 △요양사업 참여 등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했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경우엔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7년 후인 2025년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주요국 중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일본 10년 △미국 15년 △독일 36년 △영국이 50년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연간 출생아 수를 보더라도 1970년대 101만명에서 2000년대 45만명, 2023년 현재 23만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에 축소경제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축소경제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제성장의 둔화로 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제의 활력이 크게 떨어지게 될 뿐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으로 경제권이 집중되면서 지방공동화가 심화되고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소수의 젊은 세대가 다수의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세대 간의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산업 시각으로는 저축률 하락과 함께 투자자산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정 소장은 "고령화로 인해 은퇴 세대가 많아지면 가계의 저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고령층의 위험회피 성향으로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면서, "반면 젊은 세대는 가상자산이나 STO 등, 전통 자본시장에서 벗어난 새로운 투자처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며 "또한 기대수명 연장으로 발생하는 장수리스크(longevity risk)를 헷지(hedge)할 금융수단도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 소장은 축소경제 시대에 맞게 금융의 역할도 변해야 하며, 인구 구조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층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사적연금 △주택연금 △요양사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적립기부터 인출기까지 사적연금을 통한 연금자산관리 서비스 제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인형 IRP·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의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수익률 관리를 통해 부족한 공적연금을 보완할 수 있도록 사적연금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보유한 부동산의 유동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은퇴 이후 현금흐름(cash flow)이 중요한 데 대부분 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어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은 주택가격의 한도가 설정돼 있어 다양한 형태의 민간 주택연금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에 주택연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하지만, 대출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형태로 나눠 수령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주택연금 제도는 정부가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공적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연금지급 중단의 위험 없이 연금 지급과 거주가 보장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는 금융기관 파산 시, 연금 가입자에 대한 연금지급을 보장하고 추후 주택 처분가격이 총 연금지급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그 차액에 대한 보증까지 제공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시대, 기대수명의 증가로 안정적인 노후소득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주택연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주택연금 누적 가입건수는 약 8만 3000건이며, 누적 연금지급액 규모는 7조 9000억원이다. 이는 10년간 연평균 22%가 증가한 수치다. 

과거에는 주로 70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가입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가입 조건 완화 등의 정책으로 65세 미만 가입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부부보다는 독신가구의 가입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정 소장은 금융사의 적극적인 요양사업(요양원·실버타운 등) 진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를 중심으로 요양사업 진출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 2016년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로 출범해 5개 지역에서 요양원 3개·케어센터 2개·실버타운 1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평창동에 실버타운인 'KB평창카운티'를 완공했으며 위례와 서초에 운영 중인 노인요양시설 'KB골든라이프케어 빌리지'는 2025년까지 은평·강일·광교 등에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1월,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했다. 신한라이프케어는 2025년 노인요양시설 오픈을 목표로 부지 매입을 마무리했으며, 하남 미사 1호점은 60~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형 요양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요양시설인 '노블카운티'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 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시니어 리빙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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