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이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매년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현금인출기(ATM)을 철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미숙한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년간 폐쇄되거나, 철수된 은행 지점과 ATM은 각각 1000개와 1만 4000개에 달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는가 하면, 은행권은 공동점포, 고령층 특화 점포, 편의점 점포 등을 통해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소외 현상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 강민국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 지점은 4849개로, 지난 2018년 말의 5743개와 비교해 무려 885개(15.4%)가 감소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5734개 △2019년 5663개 △2020년 5509개 △2021년 5248개 △2022년 4991개 △2023년 4885개 △2024년 6월 말 4849개 등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국내은행 중 지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최근 약 5년(2018년 907개→2024년 6월 703개)간 204개 지점이 감소했다. 감소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시티은행으로 33.3%(2018년 39개→2024년 6월 말 26개)에 달한다.
국내 은행의 지점 감소의 원인은 대부분 지점 폐쇄로 지난 2018년부터 2024년 6월 말까지 폐쇄된 은행 지점 수는 무려 1003개에 달한다. 연도별로 △2018년 85개 △2019년 90개 △2020년 219개 △2021년 233개 △2022년 236개 △2023년 97개 △2024년 6월말 43개 등이다.
은행별 지점 폐쇄 현황을 보면, 신한은행이 179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우리은행(161개), 국민·하나은행(159개)의 순이다.
지점뿐 아니라 ATM까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4년 6월까지 6년여 동안 철수된 ATM은 총 1만 4426개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2102개 △2019 년 2318개 △2020년 2770개 △2021년 2506개 △2022년 2424개 △2023년 1646개 △2024년 6월 660개 순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은행권은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방문객 수가 적은 영업점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점포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수와 ATM이 급감하면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은행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70대 이상 53.8%)의 경우, 점포 감소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령층 또는 소외 지역 소비자의 금융접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민국 의원은 "은행이 적자 경영도 아닌데 비용 효율화와 비대면 은행 거래 증가를 앞세워 지속적으로 점포를 폐쇄하고, ATM 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고령층 등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무시한 처사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금융 소외 우려를 해소하고, 점포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불편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먼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방안',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 접근성 악화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점포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점포 이용고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면 원칙적으로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기존의 점포폐쇄 이후에도 큰 불편없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 창구제휴나 이동점포 등의 대면 창구를 대체수단으로 마련해야 한다.
은행권은 점포가 통폐합된 지역에 타 은행과 공동점포를 개점하거나 전국 방방곡곡에 펴져 있는 편의점 점포망을 활용한 특화점포를 개점해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 △KB국민은행·BNK부산은행 △하나은행·우리은행 △KB국민은행·한국씨티은행 등이 시중은행 영업점이 부족한 지역에 함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 골목골목마다 위치한 편의점을 활용한 대체점포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 신한은행은 GS리테일(GS25),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그리고 우리은행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과 함께 약 50가지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층을 위한 특화점포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내에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의 어르신 복지관과 협력해 ‘KB 시니어 라운지’를 오픈했으며, 우리은행은 점포 패쇄지역에 고령층 특화 영업점인 '시니어플러스영업점'과 디지털데스크, 키오스크, ATM 등 디지털 기기로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EXPRESS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고령층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에 '시니어 디지털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폐쇄점포를 활용한 신개념 점포인 '하나 톡톡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폐쇄된 점포인 경기도 안산시 소재 ‘상록수지점’을 리모델링해 은행 업무는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중∙장년층 고객의 업무 편의성 향상과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니어 특화점포’를 신설했다.
금융위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점포폐쇄 과정상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디지털·비대면 중심의 금융거래 환경 변화에 맞춰 영업점을 조정하고, 사전영향평가 등을 통해 고객 이용편의를 우선 고려해 조정 대상점을 결정하고 있다”며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점포를 신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 당국은 은행들이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지 확실히 점검하고, ‘은행 지역재투자 평가’시, 점포 감소에 대한 감점 부과 폭을 확대해 불이익을 부여하도록 강화시켜 금융 접근성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