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한국은행이 12회 연속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최장기간 금리를 묶어둔 셈인데,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등이 견조한 점을 고려하면 조기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7월에 이어 오는 8월 22일 본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금리역전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 연준은 7월 31일과 9월 18일 금리를 결정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점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반기 통화정책보고 청문회에 출석해 9월 금리 인하설의 기대감을 높이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이다. CME 페드워치는 7월은 95.3%가 현 5.25~5.50% 수준의 금리 동결을 전망하고 있으나, 9월엔 5.00~5.25%로 인하할 거란 전망이 70.0%에 이르고 있다.
미 연준과 한국은행 모두 기준금리 인하의 충분조건으로 꼽고 있는 것은 목표치 수준의 물가상승률과 고용 등의 경제지표 안정화다.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빌리자면 "인플레이션이 꺾였다고 선언할 준비가 되진 않았지만, 실업률을 낮게 유지하면서 완전한 물가안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고려할 변수가 또 있다. 이미 한-미 양국의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과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등도 이번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이다. 특히 환율 문제와 관련해선 최근 숨통이 틔고 있는 수출경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그러나 미국보다 한달 앞서 우리나라가 기준금리 인하를 먼저 시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6월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 등의 지표가 29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실업률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지표다.
정부에 따르면, 2024년 6월 15세 이상 고용률은 63.5%, 경제활동참가율은 65.3%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2.9%로 0.2%p 늘었다.
구체적으로 취업자 수는 9만 6000명 증가하며 증가폭이 전달에 비해 소폭 확대됐다. 그러나 1분기 기십만명 수준에 비하면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는 코로나 이후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것에 반해, 폭염 등으로 업종에 따라 야외활동이 많은 경우 일시적으로 고용이 줄어든 탓이다. 특히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고용 증가는 지속됐지만, 건설업 고용은 감소했고 자영업자 감소도 지속돼 어려운 모습이다.
통화정책방향 결정의 최우선 고려 지표인 물가는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그러나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에 부합해 추세적인 안정 기조로 가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기상조다.
아울러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고려할 때 걸림돌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최근 두 달 사이 12조원 늘어나는 등, 상반기에만 20조 5000억원이 누적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금융 당국이 7월 시행하려 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늦춰 9월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잘 이어지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 물가지표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한-미 양국의 금리격차에 대해선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즉, 미 연준의 인하시점과 무관하게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방향을 가져가겠다는 사인이다.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의 기대감이 커질 수 있는 지표다.
8월 조기인하 가능성은 7월 중 발표가 예정된 각종 통계의 내용을 지속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통계공표일정에 따르면 △7월 15일 2024년 5월 통화 및 유동성과 5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7월 16일 2024년 6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 △7월 23일 2024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7월 24일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7월 25일 2024년 7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와 2024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