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기업들 미국서 부당노동행위 피소 잇따라…현지 리스크 관리 필요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미국 앨라배마의 현대차 공장에서 성차별 등 부당 노동행위 사건이 불거지며 소송으로 번졌다. 현대차 앨라바마공장측은 이에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부당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앨라바마 생산공장(Hyundai Motor Manufacturing Alabama, LLC, 이하 HHMA) 직원 M씨는 약 2년간 공장 내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일을 당했고 HHMA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난달 12일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9년 11월 입사해 HHMA서 신차 실란트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던 원고 M씨는 소장에서 지난 2022년 새로 팀장으로 부임한 S씨가 자신에게 성적인 발언과 농담을 하며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고는 회사 측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원고가 S팀장에게 직접 불만을 제기하자 S팀장은 자신에게 팀원들과 분리되는 일이나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는 S씨가 올해 1월과 2월 세 차례에 걸쳐 성적 접촉을 시도했고, 이를 팀 관계자에 보고했으나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자신이 S팀장을 신고하자 HHMA가 승진 기회 박탈, 바람직하지 않은 업무 배정, 경업무 제한(light duty restriction)을 초과하는 업무 배정 등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미국은 노동법, 장애인법, 주별 근로자 보상법 등에 따라 직원이 가능한 한 빨리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용주가 합리적인 선에서 직원의 의료 상태에 맞는 업무에 배치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소송에서 업무와 관련해 부상을 당해 경업무에 배치돼야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M씨는 지난 3월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HHMA를 고용 차별 혐의로 고소했다. EEOC는 미국 연방 정부의 독립 기관으로 고용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공정한 고용 기회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M씨는 이어 지난달 12일 앨라바마 중부 지방법원에 HHM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M씨는 “현대차가 미국 법률에 보장된 권리를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차별적 행위를 했다”며 “현대차에 의해 직접적으로 정신적 고통, 자존감 상실, 기타 손해를 입었고, 현재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그간의 불법 고용 관행을 근절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행할 것을 촉구했다.
HHMA측은 이달 8일 원고측이 주장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원고가 S팀장과 사측에 2년간 꾸준하게 불만의 제기한 사실과 원고가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인정하면서도 “불법적인 고용 관행을 저질렀거나, 원고를 차별하거나 보복했거나, 연방법 또는 주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씨가 S팀장이 자신을 지켜보거나 따라다니는 등 스토킹을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HHMA측은 “팀장으로서 업무를 관리감독한 것”이라며 스토킹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팽팽한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진행 중인 법적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다만 HMMA는 직장 내 괴롭힘 및 차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를 포함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부당 노동행위와 관련해 피소된 바 있다. 당시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재판에서 일부 혐의가 인정돼 노동 관행 개선 및 근로자 보호 정책 강화를 약속했고, LG전자는 원고와 합의를 통해 소송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근로자들에게 미지급된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임금 지급 관행 개선을 약속했다.
KOTRA는 기고문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노동법 및 고용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미국 이력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 공개 수준으로, 미국에서는 지원자의 외모, 인종, 종교, 신체적 특징에 따른 고용 시 차별로 인해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연방 차별금지법은 개인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주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구인·구직, 승진, 해고 시 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한다"며 "인종, 국적, 종교,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취향 등을 기준으로 고용 및 인사 결정을 하면 안되고, 고용 후에도 이러한 요소가 직원에 대한 인사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