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최태원·구광모 회장, 美 출장서 AI 트렌드 살펴
IT·AI·반도체 등 빅테크 기업 CEO들과 협력안 논의
총수들 “미국선 AI 말고 할 얘기 없어...모든 산업에 영향”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올라 AI 산업 기술 동향을 살폈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올라 AI 산업 기술 동향을 살폈다.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재계 총수들이 AI를 비롯한 IT 산업의 기술 동향을 살피고 빅테크 기업 CEO들과 만나 협력을 모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지금 미국에선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잇달아 현장경영을 통해 AI를 챙기면서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 경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출국 18일 만에 미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9일 밤 귀국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부터 미국 아마존과 인텔 CEO들과 만나 AI,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의 협업을 논의했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 및 산업용 AI와 같은 구체적인 AI 사업 확대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최태원 SK 회장이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CEO와 만나 AI, 반도체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최태원 SK 회장이 새너제이의 인텔 본사에서 팻 겔싱어 CEO를 만나 반도체 협력을 모색했다. / 최태원 SK 회장 인스타그램 
(왼쪽)최태원 SK 회장이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CEO와 만나 AI, 반도체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최태원 SK 회장이 새너제이의 인텔 본사에서 팻 겔싱어 CEO를 만나 반도체 협력을 모색했다. / 최태원 SK 회장 인스타그램 

최 회장은 지난 4월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TSMC, 오픈AI, MS, 아마존, 인텔 등 빅테크 리더들을 만나며 ‘AI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28~29일 열린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최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의 역량을 활용한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와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겠다”면서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5년 간 HBM 등 AI 사업 분야에 82조원 투자를 포함해 총 10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SK는 관련사들과 함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출장 결과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멤버사가 빅테크 파트너사들과 함께 SK AI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후속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달 1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북미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테네시에서 LG전자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등을 방문하고,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 투자 허브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찾았다.

테네시에서 북미 사업 전략을 점검한 구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AI 스타트업을 찾아 그룹의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구 회장은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해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을 점검했다.

구광모 (주)LG 대표(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반도체 설계 업체 '텐스토렌트'의 CEO '짐 켈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LG
구광모 (주)LG 대표(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반도체 설계 업체 '텐스토렌트'의 CEO '짐 켈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LG

텐스토렌트에 방문한 구 회장은 짐 켈러 CEO와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AI 반도체는 가전, 전장, 통신 등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구 회장은 피규어 AI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과의 미팅에서 피규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를 살폈다. 구 회장은 피규어 AI의 AI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원(Figure 01)’의 구동 모습을 참관하기도 했다.

LG는 “구 회장이 LG 계열사뿐 아니라 스타트업을 찾은 것은 AI가 향후 모든 사업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북미 방문 때도 캐나다 토론토에서 ‘벡터(Vector) 연구소’와 ‘자나두(Xanadu) 연구소’를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달 미국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IT·AI·반도체·통신 주요 기업 CEO 및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진행했다. 우선 이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 및 갤럭시 판매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이 회장은 곧바로 서부에서 메타, 아마존, 퀄컴 등 IT·AI·반도체 분야 빅테크 기업 CEO들과 만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메타는 AI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들이 협력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저커버그 CEO와의 미팅 다음날 이 회장은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 ‘아마존’ CEO를 만났다. 아마존은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한 삼성저낮ㅈ의 반도체 사업의 핵심 파트너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주력 사업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며 추가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재시 CEO는 지난해 4월 생성형 AI 사업 참여 계획을 밝히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출장을 통해 다진 빅테크들과의 협력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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