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인 설립 30주년, 25번째 뉴욕쇼... K-패션 선구자 '손정완'
정체 되지 않기 위해 항상 시험 보는 마음가짐으로 임해
'사라지지 않는 브랜드' 구축 ..."K-패션의 새로운 역사 쓸 것"
25번째 뉴욕 패션쇼를 한창 준비 중인 손정완 디자이너는 서울 청담동 손정완 부티크에서 “역경이 닥칠 때 마다 디자이너로서 시험을 겪는거라 생각했다”며 “100년 이상 가는 브랜드로 남고싶다”고 말했다. / 최대성 기자 
25번째 뉴욕 패션쇼를 한창 준비 중인 손정완 디자이너는 서울 청담동 손정완 부티크에서 “역경이 닥칠 때 마다 디자이너로서 시험을 겪는거라 생각했다”며 “100년 이상 가는 브랜드로 남고싶다”고 말했다. / 최대성 기자 

[한스경제=유아정 기자,정상원 기자] 결혼식 예복으로 ‘손정완’을 갖춰야 제대로 준비했다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 유명 제품의 구매나 직구가 낯설던 그 때부터 이미 ‘손정완’은 최고의 패션 브랜드였다. 1989년 자신의 이름 석자를 브랜드 이름으로 내걸고 론칭한데 이어 1994년 법인을 설립한 손정완은 2011년 뉴욕 패션위크에서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이며 현재도 끊임없는 도전 중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유일하게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로 30년 넘게 주요 백화점 3사에 40개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를 청담동 손정완 부티크에서 만났다.  

사진=최대성 기자
사진=최대성 기자

- 뉴욕 패션쇼가 13주년을 맞았다. 
“2011년 2월 17일 링컨센터에서 뉴욕컬렉션 첫 쇼를 열었다. 오는 9월 25번째 뉴욕쇼를 진행한다. 패션의 메카 뉴욕에서 쇼를 할 수 있다는 건 여전히 큰 감동이다. 돌이켜보면 뉴욕쇼를 통해 내 자신이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온 거 같다. 아직 뉴욕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 밀라노, 파리 등 패션위크가 열리는 여러 나라가 있는데 왜 뉴욕이었나.
“내가 느낀 유럽은 패션에 대한 역사는 깊지만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 반면 미국은 유럽에 비해 패션의 역사는 짧지만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게 미국에서 쇼를 열게 된 큰 이유다.”

- 미국과 한국 시장의 다른 점을 꼽는다면.
“미국은 스케일 자체가 글로벌하다. 미국에서 쇼를 하면 단순히 미국에만 알리는 게 아니라 중국, 일본에 홍보가 되는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홍보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10여년 전 미국에서는 이미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이 홍보에 나섰다. 당시 우리나라엔 유튜버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다.” 

- 오랜 시간 패션업에 종사했는데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과 채널이 다양해졌다. 예전엔 상품 구매는 무조건 백화점이었다. 이제는 모바일, 심지어 유튜브에서도 의류를 판매한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유통 채널을 고르고, 어떻게 운영할지 중요한 시점이 됐다.” 

- 디자이너 브랜드가 홈쇼핑에 진출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성공했다. 비결은.
“2012년 11월 GS홈쇼핑 'SJ WANI' 론칭은 백화점에 40여개의 입점 규모를 가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엔 처음이었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우려도 컸지만 준비과정부터 탄탄히 세팅 후 진출했기에 대량생산에서도 손정완의 럭셔리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홈쇼핑 이후 온라인숍까지 진출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다. 기성세대들도 온라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고객의 접근성 측면에서도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홈쇼핑 진출을 결정했던 그때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 플랫폼 확대는 했는데 라인업 확대는 왜 소극적인지.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는 스타일이다. 손정완, SJ WANI, 온라인숍 등 현재 운영하고있는 것에 먼저 충실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브랜드라 긴 호흡으로 조심스럽게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신 현재 하고 있는 것만큼은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마인드다. 이 마음가짐이 베스트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손정완 뉴욕 패션쇼 / 손정완 제공
손정완 뉴욕 패션쇼 / 손정완 제공

- 세계적으로 K-컬쳐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인데 패션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국내 디자이너에 대한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패션 시장 특성상 정부와 기업의 지원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개인이 세계 시장에서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패션 사업이라는 게, 반응이 터질 때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 영감의 원천은.
“감성적인 부분이 메말랐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음악은 이런 내 감정을 깨워준다. 복잡한 느낌을 묘사한 영화를 봤을 때도 영감이 떠오르곤 한다. 다채로운 컬러의 그림을 감상할 때 그림 속으로 동화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 그만 두고싶었던 적 없었나.
“없었다. 역경이 닥치면 항상 디자이너로서 시험 보는 것이라 여겼다. 그 과정이 내가 도태되지 않고 앞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했다.”

- 손정완의 미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가장 괴로운 숙제다. 우리나라가 패션 사업에서 뒤지는 이유는 100년 이상 된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손정완이 그 역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포기는 결코 하지 않겠다. 내가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패션이 세계적인 시장에서도 파워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손정완 뉴욕 패션쇼 / 손정완 제공
손정완 뉴욕 패션쇼 / 손정완 제공

 

유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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