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시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갈수록 배터리 판매량 증가 전망
변수는 미국 대선,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판가 압박 심화 꼽혀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전기차 캐즘 등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K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이 언제 바닥을 찍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반등할 일만 남았다고 바라보고 있지만, 미국 대선 등 변수도 있는만큼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 기업들의 업황은 하반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근거와 배경으로는 리튬, 니켈 가격 안정화와 상승세 가능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로 인한 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튬, 니켈 가격은 하반기부터 안정화, 또는 상승세가 예상되고 판매량도 하반기로 갈수록 신차 출시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가동률 상승, 평균판매가격 하락 중단으로 재고평가손실 영향 제거, 판매량 증가에 따라 상반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하반기부터 대거 신차를 출시하는 점도 K배터리 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내연기관에서 검증된 베스트 셀링 모델을 EV 모델로 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는 하반기에 쉐보레 이쿼녹스 EV, 블레이저 EV, 실버라도 EV 모델 중 가격 경쟁력 갖춘 신규 트림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럭셔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캐딜락 옵틱 EV와 에스컬레이드 EV도 출시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도 올해 총 25개의 출시 모델 중 18개 모델을 BEV(순수전기차) 모델로 출시한다.
북미에서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장세도 중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6억9200만달러 규모에서 2025년 82억6100만달러 규모로 6년 동안 약 12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ESS 같은 중국산 비전기차용 배터리에 적용하는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상향하면서 K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ESS 사업 전망은 더 밝아졌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애리조나에 총 17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는 중국 남경 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전환해 ESS용 LFP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도 삼성배터리박스(SBB)를 중심으로 북미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SDI는 SBB를 활용한 신규 수주와 판매를 확대할 계획으로 로우 코스트(Low cost)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ESS용 LFP배터리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반면 하반기에는 변수도 만만치 않아 K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인 변수로는 미국 대선, 완성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원가절감으로 인한 마진 압박, 중국 발 공급과잉으로 판가 압박 심화 등이 꼽힌다.
이중 K배터리 기업들에게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다. 그동안 K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아와 트럼프가 당선되면 행정부 권한 행사를 통한 IRA 지원규모 축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이차전지산업 재평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과 섹터 성장성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구간”이라며 “인도 아시아 지역 등 신흥 시장 진출과 높은 시장 점유율 확보, 미국 시장 성장 본격화 등이 가시화될 경우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