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시화 이르지만 감원 추세는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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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인력감축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와중에 오히려 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분야도 있다.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전반에 접목되는 시기 과연 기성 금융권 인력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지난해 글로벌 20대 은행은 6만 1905명 이상을 감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2007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4만명 이상이 줄어든 것과 비교가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이 AI 기술의 발달로 대체된 것이라 볼 순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둘러싸고 글로벌 은행권 인원감축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가령 역사적인 저금리에 대처하기 위해 2019년에는 유럽지역 은행을 비롯한 대출·금융기관이 대규모 감원을 추진해야 했으며, 2023년 인원감축의 절반 이상은 미국과 유럽의 금리상승 속도에 대처하기 위해 월스트리트가 고군분투하며 나타난 숫자다. 

물론 개별 금융기관 단위로 보자면 스위스의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소화하면서 만수천개의 일자리를 줄인 것이 예외긴 하다. 이를 제외하면 웰스파고가 1만 2000명, 씨티그룹이 약 5000명, 모건스탠리가 약 4800명,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000명, 골드만삭스는 3200명, JP모건체이스는 1000명을 비롯해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은 지난해 최소 3만명 이상을 감원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권 상황도 다르진 않다. 다만 파고가 좀 더 낮을 뿐이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은 2021년 당시 약 2400명, 지난해의 경우 1081명을 내보냈다. 해외 근무를 포함해 우리나라 5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대략 6만 5000여 명 가량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글로벌 금융권의 인원감축 추세는 본격적인 AI의 공습이라고 보긴 어렵다. 수익성이 완만해지고 있는 가운데, 임직원들의 보수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글로벌 선도 은행들의 AI 인재 채용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JP모건·캐피털 원·웰스파고 등, 상위 50대 글로벌 은행의 AI 인재 채용은 지난 2024년 3월 기준, 직전 6개월 대비 약 9%가 증가했다. 이 중 JP모건은 50대 은행 평균보다 5.7배 많은, 1만명 이상의 AI 전문가를 끌어들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AI가 본격적으로 실무에 투입되며 금융권 인력감축이 본격화될 거란 예측은 흔하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는 업무자동화를 가속화하며 금융권의 사무 노동력을 대체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컨설팅사인 액센츄어 등은 생성형 AI가 자동화나 업무보조·증강 기능으로 은행 직원 업무시간의 73% 가량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추정한다.

이미 생성형 A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무에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신상희 수석연구원이 정리한 'AI로 변화하는 글로벌 은행의 HR 전략' 보고서에서 소개한 예를 보면, 가령 도이체방크는 상장기업에 대한 질의에 즉각적으로 답변하고 부가정보에 대한 요약 리포트를 생성하는 AI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재무자료·문서를 IPO 공시보고서(S-1)로 변환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의 투자은행들은 신입이나 미숙련 애널리스트 채용 규모를 2/3까지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의 황제'라고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연례 주주서한에서 AI에 의한 직무대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특정 직종이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비관적 전망만 나오고 있는 건 아니다. 금융권에선 AI 기술의 생산성 제고 효과 등을 검증하기 위한 임직원 교육 등, 대비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챗GPT나 MS 코파일럿과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비서 서비스가 고도화되며, 직장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파워 유저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 AI 파워 유저는 정보분석·시각화·고객 응대 등애 AI 서비스를 활용해 기존 업무를 효율화할 가능성이 66%가 더 크며, 일평균 30분 이상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JP모건은 모든 신입사원에게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의 핵심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AI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홍콩 금융감독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홍콩의 은행들은 AI 등과 관련해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 수혜 직원의 2%가 새로운 직무로 성공적 전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도 아직 성과적 측면에선 구체적으로 언급이 어렵지만 국내 유수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연계하거나 자체적으로 직원 대상 관련 교육이나 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AI를 비롯한 디지털기술 전담 대비 조직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기존 인력을 관리하거나 평가하는 시스템에도 AI 기술이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AI 인재채용에 '혈안'인 글로벌 은행들이 그중에서도 어떤 분야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데이터 엔지니어링이나 AI 모형 설계 등의 인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기술은 내부 HR 운영에 적용하면 더욱 간단하게 빛을 발할 수 있다. 대부분 금융기관이나 기업 조직에서 KPI와 같은 임직원 평가지표를 운영하고 있기에 접목은 간단하다.

물론 AI에 의해 처우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생리적 반감이라든지, 오류의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최종 선택이나 확인의 과정에선 인력이 소요되겠으나 1차적인 분류나 선별 등의 작업은 AI 기술이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다. 가령 우리나라 5대 시중은행만 하더라도 각각 1만명 이상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은행권이  고임금 일자리로 선망 받고 있기에, 구체적인 수치는 발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통상 정기채용 시즌에 100:1의 경쟁율은 가뿐하다.

따라서 계단식으로 다양한 전형 절차를 거치며 인원을 선발하기 마련이다. 많게는 수만 건에 달하는 입사지원서를 1차적으로 걸러내는 '서류전형' 과정에서 채용담당자들의 고충이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대부분 AI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화될 것이다. 이미 이를 일부 활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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