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가스전, 이산화탄소보다 80배 더 메탄 누출 위험 커
기후단체 "정부 계획은 2050 탄소중립 목표 포기나 다름없어"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정부 주도로 한국석유공사가 연말부터 동해 심해 시추 탐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커진 가운데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간과되고 있는 한 측면이 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는 그간의 탄소저감 에너지 정책기조에 역행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 계획과도 전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석유공사가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총 47억7000만t의 추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이런 환경재앙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놓고 프로젝트 발표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최근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역 시추작업에 참여할 감독관을 선정하는 용역을 발주하는 등 이번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매장량과 매장 지역 등이 확인되면 2027~2028년 공사를 통해 2035년 상업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석유와 가스가 실제 매장된 것이 확인되면 한국은 매장량 기준 세계 11위권 산유국으로 거듭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시민,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 탄소중립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기후환경운동단체 플랜 1.5는 논평을 통해 정부가 추정한 석유, 가스 부존량 140억배럴(석유 1/4, 가스 3/4)을 온실가스로 환산하면 약 47억7750만t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2년 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6억5450만t의 7.3배에 달한다.
플랜 1.5 권경락 활동가는 “이는 한국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1.5도 탄소예산인 33억t의 1.4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앞으로 한국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회조차 통째로 날려버리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기후·환경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이번 사업이 메탄 누출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내놨다. 대규모 가스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더 메탄 누출 위험이 커 석유, 가스전 개발로 한국은 2021년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입한 국제메탄서약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가스 12.9억t을 모두 채굴한다면 생산 과정에서 메탄 배출량만 800만~3200만t, 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6.6억~26.8억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한국 연간 메탄 배출량의 32배에 달하는 양으로 향후 강화될 메탄 협약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부존량 140억배럴을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가 된다고 밝힌 부분도 논란이다. 이러한 전망은 현재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한 시점의 낙관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향후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을 감안할 경우 경제성이 없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석유, 가스 수요 감소에 따라 석유는 2022년 기준 배럴당 98달러에서 2050년 25달러로 74% 하락하고, 가스는 MMBtu 당 15.9달러에서 5.3달러로 66%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동해 심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할 시점엔 경제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기후솔루션도 투자 관점에서도 이번 사업의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시간과 성공 확률 등을 고려할 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자액을 매몰시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통상 석유‧가스전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성공 확률도 매우 낮은 편이다.
기후솔루션은 “정부가 내세운 시추 성공률도 20%에 불과하고 석유, 가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석유와 가스 수요가 줄어든 2030년대 중반 이후에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단기간에 확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가능한 해상풍력, 태양광 발전 등을 등한시 하고 탄소중립 기한을 넘긴 2070년까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기회비용을 날리는 어리석은 투자”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도 비판을 이어갔다. 녹색연합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2060년 이후까지도 화석연료를 채굴하게 되는데 이것은 법률로 규정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정책 위헌 소송이 제기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신규 화석연료 채굴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내팽개치는 행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탄소중립기본법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낮아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제기된 위헌 소송을 심리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21년 이후로는 석유와 가스 개발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미 개발이 시작된 화석연료 매장량도 40% 이상 채굴을 중단해야 지구 온도 상승폭 '마지노선'인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