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돌입 가능성..구지은 부회장 주주간계약으로 맞대응 유력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아워홈 오너 2세 간 벌어진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사실상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승기를 잡으며 판세가 기울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3일 임기 만료를 끝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됐다. 경영권을 확보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는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영 의지가 확고한 구지은 부회장은 주주간계약을 내걸고 차녀 구명진씨와 함께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대표이사 자리를 맡겠다고 의사를 밝힌 구미현 씨가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영 경험이 없는 전업주부인 구미현 씨가 연 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아워홈 이사회를 차지하며 지분 현금화를 위해 대형 사모펀드(PEF)와 매각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서는 국내 2위 식자재 유통업체 아워홈에 대한 평가가 높다.
특히 지난해 실적 호조로 기업가치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9834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8%, 76% 증가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022년에도 구미현씨와 지분 동반 매각(57.84%)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회사의 분쟁 리스크로 인해 투자심의위원회 안건에도 상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업가치를 2조 원으로 내세웠으며 두 사람의 지분 거래가는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다만 매각 진행 시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의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구미현씨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대한 위약금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퇴출될 당시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세 자매는 의결권 공동행사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세 자매는 2021년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공동매각합의서’ 협약을 체결했다. 구미현씨가 장남 구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세 자매가 맺은 협약을 어긴 셈이다. 이 경우 1200억 원 규모의 위약금을 낼 수 있는 만큼 매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협약의 유효 여부가 관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분 매수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의 합산 지분율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영권을 인수한다 해도 주주 3분의2의 지지가 필요한 굵직한 사안은 처리하기 어렵다.
아워홈의 지분 구조는 네 남매가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38.56%, 미현씨 19.28%, 차녀 명진씨 19.6%, 막내 구 부회장이 20.67%이다. 구 부회장과 명진씨의 지분을 합산하면 40.7%다.
새 경영진을 향한 노조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앞서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노동조합은 임시주주총회 당일인 지난 31일 아워홈 본사 앞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회사 성장에 관심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이영열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시 사퇴하고 배임·횡령으로 재판 중인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주주에서 물러나라”라고 주장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