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2022년 금융권에 마이데이터가 전면 시행된 이후 지난 2년여간 양적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전반의 시선은 실제 성과가 낮다보니 대체로 미온적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4월 마이데이터 2.0 시대를 열겠다며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생태계 전반을 키우고, 사용자 편의를 증대시키는 한편, 보안은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마이데이터 2.0 시대'는 지금과 온도차가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왜냐하면 2022년 1월 전면 시행 이후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온 시장이기 때문이다. 총 69개 사업자가 누적 가입자를 포함,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억 1787만명의 가입자에게 금융정보 통합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별 정보 전송 건수는 325억건까지 늘었다.
69개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업권별로 분류해 보면, 국내은행이 12개, 핀테크 24개, 금융투자회사 10개, 카드사 8개, 보험사 3개, 할부금융 2개, 신용평가사 2개, 상호금융 1개, 공공기관 1개, 통신 및 IT회사 6개 등이다.
업권별로 차지하는 시장의 비중을 논할 때 사실 가입자 수는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사업권을 취득한 사업자들이 대부분 기존 자사 모바일 앱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탑재하면서, 기존 이용자들은 '대충' 약관 동의를 거치면 본인의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가입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이용자의 요청에 따른 데이터 수신 건수 등이 실제 활성화 고객 수와 직결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지표일 것이다.
아무튼 국내은행의 마이데이터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다. '네·카·토(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로 요약되는 빅테크 3사가 사실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수익 역시 비슷하게 연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2022년 금융데이터산업 영업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총 영업수익은 2조 1280억원인데, 이 중 핀테크와 IT사들이 2조 122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네·카·토 3사가 2조 367억원으로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다 인건비·마케팅 비용·수수료·기타 영업비용을 제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결코 짭잘하지 않다. 실제로 전체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영업손실은 269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영업손실이 1286억원이고, 핀테크·IT 회사는 1411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네·카·토 3사만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제공기관으로서의 역할 및 관련 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적자 폭은 더 큰 상황일 것이다"고 말한다. 2024년부터 마이데이터 전송을 유료화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정보제공기관의 비용을 분담할 예정이나, 2023년 기준 전체 비용의 22.1%만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부담하고, 나머지 77.9%는 은행을 비롯한 정보제공기관들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중에선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이 제일 크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제공기관으로 데이터를 송출할 의무가 있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이와 같은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IT 네트워크 구축비·네트워크 유지비·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실제로 관련 적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발표한 마이데이터 2.0 추진 방안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위의 표와 같다. 사업의 영역과 대상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첫째, 둘째 항목의 내용이 은행권의 미온적 시선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가령 은행권이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최근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형편이라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통한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점이다. 기존 네트워크와 비즈니스를 연계해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다만 규제가 완화된다고는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고령층과 거주 외국인 등 기존 이용고객과 다른 신규 이용객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들 대상의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와 해외송금 등을 늘리기 위한 상담역량 강화, 취급 금융상품의 다양화, 수수료 경쟁력 확보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서 선임연구위원은 제언한다.
또한 같은 고객일지라도 거래액이 크거나 상품이 복잡하고 투자 위험도가 크다면, 기존의 온라인이나 모바일 채널이 아니라 오프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 마이데이터 고객의 오프라인 점포 유인을 통한 매출 확대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이런 시너지가 가능하려면 온-오프라인 채널간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
기성 금융권이 마이데이터 정보의 취합과 결합, 정보의 분석과 활용 등에 있어서 빅테크나 핀테크와 앞으로 경쟁력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결국 이는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비단 최근의 이슈가 아니라, 지금까지 무수하게 반복돼 왔던 개인정보 유출이나 불완전판매로 인한 분쟁, 내부통제 시스템의 붕괴 이슈가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금융기관 스스로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정,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면 금융 당국이 한 손으론 마이데이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채찍을 휘두를 테고, 다른 한 손으론 감독과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