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한국 ODI 중 미국이 43.7% 차지...반도체법·IRA 등 영향
"한국, 美경제 기여를 통상압력 완화의 지렛대로 삼아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 연합뉴스 제공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미국 대선에 나선 양당 후보자 모두 중국 견제를 기정사실화하며 세계 제조업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벌어진 틈새를 파고든 한국은 지난해 역대 최대 대미수출액을 기록했다. 대미수출 증가로 동반 성장한 한국의 대미투자 확대가 양국 경제에 ‘윈윈(Win-Win) 효과’를 가져온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1분기에도 한국의 대미수출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달러로, 대중 수출액을 1억달러 상회했다. 지난해 미국이 국내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부상한 이래 그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한국은 팬데믹 이후 해외직접투자(ODI)를 확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서 미국이 전체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ODI 중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43.7%로, 지난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차전지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대미 투자가 확대됐는데 이는 미국의 반도체 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국내 기업이 첨단 제조시설을 적극 유치한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美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美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 삼성전자 제공

한은은 “대미 수출호조는 미국의 소비와 IRA 등 산업정책에 국내 기업이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대미 수출은 견조한 미국 소비 여건과 국내 기업들의 대미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부터 6년간 국내 기업의 대미투자규모는 150조원 이상에 달하는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만 71조8000억원이 투자됐다. 그중 미국 텍사스주에 테일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64억달러를 약속받았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현황과 경제적 창출효과’ 보고서에서 도원빈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대미 진출은 우리 수출의 증가는 물론, 미국의 고용, 경제성장, 수출 등 다방면에 기여하고 있어 한국의 대미투자가 양국 모두에게 긍정적 윈윈 효과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자산규모 대비 미국 경제성장(GDP) 기여도는 100달러당 10.1달러로, 전체 외국계 기업 평균인 6.8달러를 상회했다. 도원빈 수석연구원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으로부터 발생한 연간 수출액은 83억달러로, 자산규모 대비 수출유발액기준 26개 주요국 중 5위를 차지했다”며 “국내 기업이 미국 대외수출을 촉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부가 산업군을 중심으로 미국 내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미국 내 한국 기업의 고용 창출 비중은 1.1%로 낮은 점유율을 보였지만 근로자 1인당 연간급여는 평균 10.4만달러로 전체 평균 8.7만달러 대비 높은 액수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생산 공장 조감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생산 공장 조감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도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한국의 대미 ODI가 10% 늘어나면, 대미 수출이 0.20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원빈 수석연구원은 "이는 미국 내 한국계 기업이 원부자재와 중간재를 한국으로부터 많이 조달하기 때문"이라며 "품목별로는 중간재에서 수출유발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대미투자는 바이든이 중요시하는 첨단 산업 육성과 기후 변화 대응, 트럼프가 강조하는 제조업 강화와 무역 불균형 해소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라며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를 미국의 통상 압력 완화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15일(현지시간) 류진(왼쪽) 한경협 회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이크 켈리 펜실베니아 하원의원과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15일(현지시간) 류진(왼쪽) 한경협 회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이크 켈리 펜실베니아 하원의원과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에 방문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한국 기업이 대규모 신규 투자와 고용을 통해 미국 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경제의 성공으로 이어져 양국에 호혜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보조금이나 규제 측면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양국 간 네트워크 강화에 힘을 실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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