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바이든 정부의 경제 촉진 정책 일환···국내 실정선 실태조사 등 선행돼야
민희진 어도어 대표. /연합뉴스 제공
민희진 어도어 대표.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거대 엔터기업인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사이에 분쟁이 이슈화될 무렵,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경업금지 제한 규칙을 발표했다.

경업(競業)금지란, 글자 그대로 경쟁업종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고급관리직이나 기술직, 회사의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일 업종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회사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FTC가 '경업금지 조항 제한 규칙'을 최종 발표한 것이 지난 4월 23일이니 우리나라에선 한창 '하이브 이슈'가 회자될 때다. 이어 FTC는 지난 5월 7일 연방 관보에 내용을 게재하고 120일 이후인 9월 4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지난 2021년 7월 바이든 미 대통령은 "경제적 이동성을 저해하는 경업금지 계약을 금지 또는 제한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 발표에 의하면, 이는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다. 노동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근로자에게 더 높은 임금과 직장에서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혁신과 미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FTC는 경업금지 제한 규칙의 시행으로 매년 평균 1만 7000개~2만 9000개의 특허가 증가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신설 기업을 2.7% 성장시켜 매년 8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의 소득·의료 비용·소비자가격 형성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소득의 경우, 연간 평균 524달러 인상을 전망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의료 비용은 최대 1940억달러까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FTC법 제5조는 "거래나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한 경쟁방법, 기만적인 행위 또는 관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규칙은 향후 경업금지 계약을 이 법에 따라 불공정한 경쟁방법(unfair method of competition)으로 판단할 것이란 의미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을 시도하는 행위 △근로자에게 경업금지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약상 위반에 대한 집행을 하거나, 시도하는 행위 등을 가리킨다.

기본적으로 여기에 영향을 받는 범위는 고용의 형태나 급여 등과 무관하게 미국 전역의 모든 근로자다. 고용주와 독립적으로 계약한 자·파견근로자·무급 인턴·자원봉사자·견습생 등을 모두 포괄한다. 이에 따라 고용주는 기존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향후 경업금지 의무가 적용되지 않을 것임을 통지해야 한다.

다만 '고위 임원(senior executives)'에 대해선 기존 체결된 경업금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이들은 연간 15만 1164달러, 원화로 약 2억원 넘는 임금을 받으며, 기업의 정책결정 위치에 있는 자다. 그럼에도 불구, 9월 시행 이후부터는 고위 임원들도 새로운 경업금지 계약 체결은 금지된다.

앞서 짧게 언급된 내용 외에도 예외 사항은 있다. 경업금지 제한 규칙은 △비밀유지 계약이나 퇴사 이후 정보유통금지 계약 △고용 중 경업금지 계약 △은행·보험회사·비영리단체 등, FTC법 적용 대상이 아닌 고용주가 체결한 계약 △가맹점주와 가맹점 사업자 간 계약 △개인이 체결한 사업의 선의매각 계약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비밀유지 계약이나 정보유통금지 계약은 경업금지 계약과 함께 체결되기에, 이들 계약이 경업금지적 성격으로 작동한다면 제한 규칙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가맹점주와 가맹점 사업자 간에는 제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가맹점주를 위해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적용된다.

국회입법조사처 최은진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미국 FTC의 경업금지 제한 규칙처럼 경쟁법적 위반행위로 보는 사례는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경업금지 조항은 각국의 법 나름의 합리적인 범위 및 일정한 기간 내에서 인정돼 온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미국 역시 경업금지 제한은 기존 법체계와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앞서 언급처럼 FTC법 제5조의 내용을 해석하는 부분에서 그렇다. 우리 '헌법'에서도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라든지,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에 따라 경업금지 계약은 '금지'될 만하다.

다만 2010년 대법원 판례 중 경업금지 계약의 유효성이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한,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앞서 미국 FTC의 제한 규칙 내용에서도 거론됐던 것처럼 공정거래위원회 심결 중 가맹계약상 가맹점 사업자에 대해 경업금지 계약 내용이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적도 있다. 당시 공정위는 계약기간 중 의미도 불명확한 '유사업종'까지 금지하거나, 계약종료 후에도 경업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가맹점 사업자 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수준을 넘은 것이라 판단한 바 있다.

법리의 해석과 적용과 별개로 해당 내용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서 다양한 쟁점을 낳는다. 가령 FTC에 따르면 경업금지 제한 규칙이 시행되면 약 3000만명의 근로자가 이를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미국 근로자 5명 중 1명으로 추산된다. FTC의 이와 같은 시각은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경업금지 제한이 과도하게 적용됐으며, 이는 노동시장 경직도나 사용자-근로자 간 유해한 수준의 권력 불균형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예외의 내용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치를 일괄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은 자연스레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상공회의소는 FTC의 발표에 대해 경업금지 계약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를 제외한 모든 주 법에 저촉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FTC가 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경쟁방법'에 대해 소를 제기할 권한은 있지만, 광범위한 규제 성격의 규칙 등을 제정할 권한은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미 미국 텍사스 동부 및 북부 지역 연방법원에서 미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이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 2건 계류 중이라고 한다.

현지의 중소기업단체가 31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59%가 경업금지 제한 규칙을 지지하고 있으며, 14%만이 반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42%가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띤다.

요컨대 FTC가 밝힌 취지처럼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경업금지'가 대체 무엇인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더 큰 보상을 주는 일터로 이동할 수 있도록 경쟁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이처럼 광범위하게 규제가 작용한다면 고용주 입장에서 계약체결 때부터 경업 가능성이 높은 근로자를 선별해 배제하거나 노동수요 자체를 축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자는 근로자 입장에서 이득일지 모르겠으나, 후자와 같은 상황은 반대로 결코 유리하지 않다.

영업비밀의 침해나 숙련 근로자의 이탈 등으로 인한 리스크는 규제 완화와 관련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리스크다. 가령 앞서 미국 상공회의소가 언급한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주에서 경업금지 계약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써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혁신을 촉진해 소위 'M7'이라 불리는 빅테크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최근 혁신 기술 보유 경쟁에 따라 인력과 기술유출 문제도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은진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해고 등의 요건으로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도록 하는 등 비교적 업격하게 규정하는 측면이 있어, 경업금지 제한 제도까지 도입되면 고용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쟁법적 측면에서 경업금지 제한 제도에 대한 도입 논의가 제기되려면, 노동법적 측면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게 최 조사관의 견해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쟁 당국은 이와 관련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인다. 이후 예상되는 쟁점과 효과 등에 대해 논의해 도입 여부나 규율 방향 등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할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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